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철저히 계산된 발언과 해명이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지난 18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서 "단장을 맡지 않았던 기간에 강정호 영입을 시도하다가 안 좋게 끝났다. 복귀하면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야구선배로서 기회를 주고 싶은 게 가장 크다"라고 했다.
고형욱 단장은 '기회'와 '자숙'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강정호가 2019년 8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퇴단한 뒤 3년째 자숙해왔으니 기회를 줄 때가 됐고, 앞으로도 계속 자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고 단장은 "그동안 자숙하고 반성했던 부분을 보여드려야 한다. 사회 봉사활동이나, 어려운 사회 계층에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년에 37살이다. 야구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여론은 싸늘하다. 고 단장과 키움의 논리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단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은 강정호가 그냥 언제든 하면 되는 것이다. KBO리그에 복귀, 굳이 선수생활을 하면서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선수들도 뛰고 있긴 하다. 그러나 강정호는 죄질이 아주 나쁜 '음주운전 삼진아웃'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강정호가 적지 않은 나이라서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기회를 주는 건 철저히 키움과 강정호의 논리일 뿐이다. 음주운전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삼진아웃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키움은 팬심을 먹고 사는 프로구단이다. 도대체 위법행위를 한 사람의 사정을 왜 봐줘야 하나. 팬심을 무시한 것이다.
동네야구도 아니고 프로야구다. 돈을 벌어들이는 곳이다. 클린베이스볼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사회인들도 그 정도의 죄를 저지르면 직장에서 아웃이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그 정도 잘못이라면 프로로서 자격 상실이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돈 벌 자격이 당연히 없다.
KBO리그의 주인은 야구 팬들이다. 대다수 팬은 음주운전 삼진아웃을 당한 강정호를 더 이상 야구장에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키움이 그 어떤 논리를 들이대도 팬들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키움이 진짜 여론을 모르는 것일까. 자신들의 주장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결국 키움은 강정호를 통해 전력보강을 꾀하려고 하는 게 본질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고 단장은 이 부분에 대해 부인한다.
'여론의 비난'이라는 장막을 걷어보자. 강정호가 키움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그렇다면 키움으로선 밑져야 본전이다. 2023시즌에 써보고 도움이 안 되면 2023시즌 후 관계를 정리하면 된다. 반대로 도움이 되면 2024시즌, 그 이후에도 계속 쓰면 된다.
키움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공백을 여전히 확실히 메우지 못한다. 김혜성의 2루 이동으로 간판급 유격수를 다시 키워야 한다. 야시엘 푸이그의 성공은 냉정히 볼 때 미지수다. 박병호(KT) 공백도 분명히 있다. 지난 1~2년간 타선의 힘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심지어 올 시즌이 끝나면 일발장타력을 갖춘 박동원이 FA 자격을 얻는다. 2023시즌이 끝나면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다. 베테랑 포수 이지영도 다시 FA 자격을 획득한다. 이들과 결별하면 급진적 리빌딩을 해야 한다. 제 아무리 육성 전문 구단이라고 해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키움은 FA에게 거액을 투자하지 않는다)
어쩌면 강정호는 1~2년 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보험용 카드'일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키움으로선 팬들의 비난만 감수하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도박이다. 결국 고형욱 단장의 인터뷰에 '거짓 해명'이 섞였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과연 기자만의 생각일까.
키움은 가장 중요한 걸 간과했다. 팬심을 잃으면 구단 존재 가치 및 미래 가치가 무너진다는 것을. 범죄자에 대한 구단 수뇌부와 '가장 높은 분'의 개인적인, 인간적인 연민이 팬심보다 우선시 하는 걸 누가 이해할까. 키움 사람들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강정호 한 명 때문에 팬들을 속이면 안 된다.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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