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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스타 작곡가 유희열이 최근 잇단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앞서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며 사과했다. 유희열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연주곡 '아주 사적인 밤'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유희열의 표절 사태와 관련해 국내 음악계에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유희열의 입장문을 공유한 뒤 "논란이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는 것 같아 괜히 보태고 싶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떠도는 표절 의혹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입장문을 통해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수 있으나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다만 "이런 논란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제 자신을 더 엄격히 살피겠다"고 했다.
정 평론가 역시 "코드 진행 일부가 겹친다고 해서 표절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곡자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모를까, 찰나의 음표 진행 몇 개가 겹치는 것도 표절이 되지 않는다. 높낮이와 속도를 조정해서 비슷하게 들리는 곡 또한 마찬가지다. 내 귀에 비슷하게 들린다고, 내 기분이 나쁘다고 표절이 될 수는 없다"면서다.
반면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지난 5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아이러니하다. 보통 표절을 한다면 멜로디를 한두 개 바꾼다. 표절하려는 의도, 흑심이 있는 것"이라며 "제가 들어본 거는 멜로디 8마디가 똑같다. 흐트러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역시 "유희열은 작곡을 전공한 사람으로 (이 부분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일이 터졌다는 건 객관적으로 양심, 의도를 이야기하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충분히 알 사람인데 이렇게 된 건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김태원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정 평론가는 "원곡자가 확인한 사안을 두고 제3자가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고, 별 의미도 없다. '8마디가 흐트러짐 없이 똑같다'는 말을 구태여 하는 건 스스로 우스워지는 꼴일 뿐만 아니라 원곡자를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위 말의 당사자인 김태원 씨는 작가로서 두 곡의 8마디가 똑같다는 말에 책임질 수 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의 말과는 달리 실제로 두 곡의 8마디는 결코 똑같지 않다.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 일부 닮고 일부 다르기 때문에 원곡자도 돌려보낸 것"이라며 "닮았다는 말과 '흐트러짐 없이 똑같다'는 말의 무게감은 천지차이다. 김태원 씨는 음악인으로서 치명적인 말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희열은 레퍼런스와 창작의 경계가 아슬아슬한 사람"이라며 "유튜버들의 의혹 제기가 허망하다고 하는데, 내가 듣기엔 'Happy Birthday To You'는 정말 비슷하다. 아니 어떻게 가사까지... 심지어 내가 찾아낸 것도 있다. 매시브 어택의 'Weather Storm'과 토이 '길에서 만나다'는 정말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일은 당연히 없다. 특정 아티스트와 곡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문제될 것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생각하면 스스로 멈춰야 한다. 그런 것에 관대해지면 결국 이런 문제들이 터진다. '레퍼런스 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나중에 문제된다'의 예로 평가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왜 기준을 낮추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가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에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는 "무엇보다 한국도 이젠 대중음악 표절에 관한 강력한 법이 제정되고 제대로 판결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도돌이표처럼 흘러가는 표절 의혹 논의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탰다.
그러면서 "다른 곡은 차치하고 이번에 논란 된 곡은 원저작권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유희열이 크레딧과 저작권 정리를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비공식적으론 창작자가 표절을 인정한 셈인데(그럼에도 공식적으로 표절은 아니지만) 이 논란마저 '원저작권자가 아니라고 했는데'라며 유희열을 감싸는 의견은 한숨 나온다"고 꼬집었다.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 소속 가수 박새별은 19일 인스타그램에 '표절에 관한 아주 사적인 단상'이라는 글을 올려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표절에 관해 "한국과 미국 모두 공통적으로 말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개념이다. 즉 청자들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느끼는 어느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은 이것은 어려운 이야기"라며 표절은 음악 내적 요인, 심리학적 요인, 음악 외적 요인 등이 뒤섞인 어려운 이슈이기 때문에 "지난 50년간의 100개가 넘는 판결을 다 뒤지면서도 나는 정확하게 정량적 measure(측정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새별은 긴 글 끝에 유희열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리며 "그와의 1시간의 대화는 그동안 내가 지닌 모든 삶의 방향이나 음악에 대한 개념을 깨는 이야기를 해줬고, 그것은 또 나의 삶을 바꿔줬다"고 말했다.
박새별은 이때 유희열이 "음악을 단지 하는 것, 혹은 음악을 잘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너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음악은 매체이고 소통의 수단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데이빗 포스터를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을 들었다. 그렇지만 누구나 토이의 음악을 만들 순 없다"며 "누군가는 어떤 사람의 눈만 보여주고 '이 사람의 눈과 저 사람의 눈은 같아. 그럼 이 두 사람은 같네, 그러니 저 사람은 저 사람의 복제인간이야' 말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의 웃는 모습, 우는 모습, 모두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리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방송 화면, 박새별 인스타그램]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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