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BO리그 최고타자 이정후(키움)가 1년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염두에 두고 일생일대의 모험을 시작했다. 연말 개인훈련부터 타격폼 수정에 돌입했고, 1월 LA 개인훈련을 거쳐 2월 키움 스프링캠프를 통해 ‘심화 학습’에 돌입했다. 3월 WBC가 1차 테스트 무대다.
이정후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팔 높이의 변화를 공개했다.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의 변화, 절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조언 등을 종합해 팔 높이를 낮췄다. 작년까진 귀 부근까지 방망이를 올렸다가 치는 스타일이었지만, 이젠 가슴 부근까지 내린다.
임팩트 순간까지의 시간을 줄여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160km 강속구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2년간 20홈런을 치기 위한 장타 생산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테마가 다른 것이다. 정확하고 빠르게 치면, 국내에선 장타력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입증한 상태다.
그런데 이정후의 폼 변화는 이게 끝이 아니다. 스탠스도 바꾼다. 이정후는 그동안 오픈 스탠스에 가까웠다. 컨택 능력이 탁월해 바깥쪽 공략은 원래 능했고, 몸쪽으로 파고드는 변화구까지 잘 대처하기 위해 한 쪽 다리를 열어놓고 쳤다.
그러나 올 시즌 이정후는 스퀘어 스탠스에 가깝게 돌아간다. 강병식 타격코치에 따르면,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스탠스 변화도 필요하다. 강 코치는 “다리의 왔다 갔다 하는 폭을 줄이는 것이다. 예비 동작을 줄여 더욱 간결하게 치기 위한 준비”라고 했다.
사실상 타격 5관왕을 했던 폼을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위해 뜯어고치는 것이다. 강 코치는 “올해 1년간 적응을 잘 하면 내년에 메이저리그에 가서 곧바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1년 먼저 움직인 것이다.
강 코치에게 이정후의 바뀐 폼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인지 물었다.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만큼 모험이다. 그러나 강 코치는 “지금 폼을 올해 유지하더라도 작년처럼 타격 5관왕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상대 팀들도 정후를 분석해서 들어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정후의 도전정신 자체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강 코치는 “WBC가 끝나면 1주일 정도는 시간이 있을 듯하다”라고 했다. 바뀐 폼은 1차적으로 WBC에서 시험대에 오르고, 강 코치는 이정후의 타격을 유심히 체크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국내에 들어와 페넌트레이스 개막까지 이정후와 피드백을 주고받을 계획이다.
이날 키움 스프링캠프 현장을 방문한 KBS N 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이정후를 격려했다. “잘 안 되면 예전대로 돌아가면 돼. 걱정하지마”라고 했다. 기존의 폼이 워낙 견고했기 때문에, 이정후는 시행착오가 없을 것이라는 격려였다.
중요한 건 이정후가 플랜B도 미리 마련했다는 것이다. 강 코치는 “이 폼이 실패하더라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라고 했다. 예전의 폼으로 돌아가지 않지만, 변화의 폭을 줄이는 수준으로 타협을 시도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붙잡는 것이다. 이정후의 2023년은 야구인생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이정후. 사진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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