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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아들을 창구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 법원은 8일 김씨 발언의 신빙성 등을 문제 삼아 무죄를 선고했다.
아들 퇴직금 50억원이 곽 전 의원의 어떤 ‘역할’에 대한 대가인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 관련 여러 수사·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제시되는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속 김씨 발언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실제 돈이 건네진 기록이 남은 곽 전 의원 사건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지 못하면서 나머지 대장동 의혹 수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1년여간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대장동 일당의 발언을 토대로 곽 전 의원 혐의를 구성했다. 대장동 개발에 뛰어든 화천대유가 2015년 하나은행과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겪을 때 곽 전 의원이 하나금융지주 측과 접촉해 와해를 막아줬고 그 알선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구조다.
실제 녹취록에는 김씨가 정 회계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모여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어떻게 지급할지 논의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김씨가 “(곽 전 의원이) 아들 통해 돈 달라고 한다”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남욱 변호사는 법정에서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줬다는 얘기를 김씨한테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하나금융지주 임직원에게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녹취록 속 발언이나 사건 관계자들 전언에 대해 김씨는 “전부 허언이거나 허풍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판부는 “공통 사업비 분담 문제로 분쟁이 발생한 뒤 김씨가 곽 전 의원이 포함된 이른바 ‘약속 클럽’ 사람들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장동 동업자들에게 비용을 더 부담시키기 위해 ‘50억 클럽’ 얘기를 지어냈다는 김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국민의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만큼 아들이 받은 돈과의 직무 관련성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아들 곽병채가 곽 전 의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결혼해 독립 생계를 꾸린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을 곽 전 의원 본인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채씨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갔거나, 곽 전 의원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됐다.
결국 징역 15년이 구형됐던 곽 전 의원에게 1심 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벌금 800만원만 선고했다.
검찰은 “객관적인 증거 등으로 확인된 사실관계에 비춰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유일하게 기소된 곽 전 의원이 뇌물 혐의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더욱 발걸음이 무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현재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박영수 전 특검의 딸 박모(42)씨가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공모절차 없이 분양받았다는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월 1500만원 보수를 받은 권순일 전 대법관은 ‘재판거래 의혹’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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