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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출범 일주일을 맞은 김기현호(號)가 ‘저자세’ 논란을 빚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배웅했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이 다가오며 악수를 청하자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혔다.
동행한 주호영 원내대표가 고개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묵례를 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뒤따라오는 김건희 여사에게도 ‘90도 인사’를 했다.
이런 장면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과 새 지도부의 만찬에서도 그대로 연출됐다. 당시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을 보자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역대 여당 대표들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묵례하며 악수한 것과는 달랐다.
익명을 원한 영남권 의원은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선한 분이어서 대통령에게 사심 없는 마음으로 인사를 했을 것”이라면서도 “조금 부담스러운 장면이긴 했다.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인 상하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권 원로도 “당은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칫 대통령실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메시지가 윤 대통령의 주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간첩단 사건을 언급하며 “충격적이다. 실질적인 안보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만찬 다음날인 14일 오전 페이스북에 “종북 간첩단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썼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들어서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뿌리 내린 간첩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당에 ‘종북세력척결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가 용산의 메시지를 받아 이를 전달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새 지도부가 ‘월 2회 정례회동’을 갖는 것에도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하는 창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직 인선도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강조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기치와 상반된다는 비판이 많다.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등 친윤계가 전진 배치돼서다.
윤상현 의원은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좀 더 전향적으로 인선을 해야 했다”며 “친윤계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졌으니, 김 대표가 더는 연포탕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자 울산 대암교회 장로인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만나 “모든 가치를 뛰어넘어 하나로 포섭하는 불교의 화쟁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인사는 “김 대표가 대통령과의 신뢰를 쌓아가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색깔을 점차 드러내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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