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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쌍방울 홈페이지, 이화영 전 부지사 블로그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기소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각종 의혹과 관련한 법정 전초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과 수원지법에서 진행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다.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게 세 사람의 공통점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적용된 세 사람의 혐의는 형식적으로는 모두 이 대표를 향한 의혹과는 구분되는 개인 비리지만, 진행 중인 재판이 이 대표의 범죄 혐의 입증에 미치는 영향에선 꽤 큰 차이가 있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등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의 핵심 측근 2인방의 유착을 입증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죄 적용이 유력한 이 대표에게 간접적 압박에 불과하지만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와의 유착을 입증하는 건 쌍방울 대북송금을 제3자뇌물제공죄 등 이 대표의 범죄로 포착하기 위한 직접적인 전제이기 때문이다.
쌍방울그룹이 추진했던 대북사업은 검찰이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등을 이유로 이 전 부지사에게 적용한 직접 뇌물죄와 이 대표에 대해 적용을 검토중인 제3자뇌물제공죄의 공통된 대가에 해당된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검사의 신문은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을 염두에 둔 것 같은 인상이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 앞에서 불길을 막는 방화벽이 될 수 있을까.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무리수”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 “운전 못하는 분이 새벽 영종대교 주유 무슨 일?”
지난 14일 오후 이 전 부지사의 20차 공판에 출석한 증인 A씨의 답변은 ‘무리수’가 도드라진 장면이었다. A씨는 “쌍방울에서 호의도 있었겠지만, 내 정치적 커리어를 좋아했다고 생각한다”며 “(법인카드는) 내가 직접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서 받아 썼고 극히 일부만 이 전 부지사를 포함한 그의 가족들을 위해 썼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화영은)정말 고맙고 존경하는 분이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는데, 제 마음을 제 마음대로 표현한 게 이렇게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전체 법인카드 사용 내역 2972건 중 ▲A씨 직접 결제·사용 2860건(96.23%) ▲이화영 또는 이화영 가족을 위한 A씨 결제 73건(2.45%) ▲이화영 직접 결제 39건(1.31%)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납득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 이뤄진 결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공판에 참여한 수사검사가 “2019년 11월9일 오전 6시43분 영종대교주유소에서 법인카드 결제가 됐다. 증인은 운전을 안 하는 분이 기름을 넣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A씨는 “기억나지 않는다. 추측으로 말해보라고 한다면 해외 출장 가실 때 따라갔다가 기름을 넣어줬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방 부회장 측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가 증인이 아팠을 때 치료비를 대신 내줘 생명의 은인으로 여긴다고 했는데, 증인의 형편을 다 안다면 증인이 결제하려 할 때 이 전 부지사가 제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때 A씨의 답변은 “더 한 것도 해드리고 싶었다”였다.
검사는 A씨의 정치적 이력은 1990년대 국회의원 비서,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 등에서 총무팀장 등인데 쌍방울 임직원 중 가장 높은 한도의 법인카드를 제공했겠느냐는 취지의 의문도 제기했다.
■ 원탁서 함께 식사한 이화영 최측근 “쌍방울 몰랐어”
이 전 부지사의 측근들의 동반 모르쇠도 무리수라는 인상을 주는 요인이다. 이 전 부지사의 수행비서 B씨는 검사가 이 전 부지사와 그 가족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제시하며 “법인카드 사용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검사는 B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쌍방울 법인차량 수리내역서를 내밀었지만, B씨는 “무슨 차인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이 전 부지사의 최측근인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중국 출장 당시 김 전 회장, 방 부회장과 함께 바로 옆 자리에서 여러 시간 동안 북측 인사들과 식사를 같이했다는 사실이 사진 등으로 입증됐음에도 두 사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식이다.
지난달 14일 공판에서 검사가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그룹 임직원들을 못 봤다고 했는데, 확실한가”라고 묻자 “당시엔 쌍방울인지 몰랐다. 나중에 ‘김성태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1월17일은 쌍방울그룹과 조선아태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가 중국 선양 켐핀스키호텔에서 경제협력 합의서에 서명한 날이다. 검찰은 합의 체결식이 끝난 뒤 중국 선양 시내의 한 식당에서 김 전 회장 등 쌍방울그룹 임원들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북한 조선아태위의 송명철 부실장, 조명철 참사 등과 함께 식사했다는 내용이 적힌 국외출장보고서를 확보한 상태다. 이 문서는 지난 3일 공판에 제시됐다.
이날 검사가 빙 부회장에게 “신씨가 당시 식사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쌍방울인지 김성태인지 몰랐다고 하던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방 부회장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 우리가 회사 제품도 선물한 것으로 기억한다. 왜 우리만 악마집단을 만드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 “함께 대의 도모한 형님(이화영)에게 인간적 배신감”
이 전 부지사의 무리수는 김 전 회장 구속 후 진행된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세 차례 대질 조사에서 “진실을 말하자”고 호소하는 김 전 회장을 이 전 부지사는 철저히 외면중이다. 꼭 불러야할 땐 “회장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쌍방울그룹과 고문 계약을 맺은 건 2015년 1월이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복수의 김 전 회장 측근)라는 인연을 두고 보면 어색한 거리두기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매주 일요일 주 1회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달 22일 첫 소환부터 지난 12일까지 5차례 불려왔다. 김 전 회장과의 대질도 세차례 진행됐다.
지난 12일 대질조사에서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과 자신이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김 전 회장이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미화를 줬다고 하면서 전화를 바꿔준 적은 있지만, 쌍방울 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대북송금을 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경기도가 북한에 돈을 주기로 약정했어야 대납이 성립되는데,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직접 “이호남(정찰총국 출신)과도 전달할 미화 액수를 논의하고 2019년 7~11월 필리핀에서 60~70만달러, 마카오에서 200만달러를 줬는데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인가”라고 물었지만 이 전 부지사는 창밖만 바라봤다고 한다.
김 전 회장 외에도 방 부회장, 안부수 아태협회장 등 송금 논의가 오가던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인사들이 쌍방울의 대북사업이 경기도와의 긴밀한 협의 속에서 전개됐다고 진술중이지만 이 전 부지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은 20년 지기인데 아무리 정치가 그런 거라지만 대질조사 때 고개 돌리고 딴청을 하는 모습에 회장님은 인간적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함께 불법을 저질렀으니 법의 심판을 달게 받자는 게 회장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쏟아지는 불리한 정황과 진술 속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이 전 부지사의 재판과 수사 대응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미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 전 부지사의 선택은 윗선의 처벌을 막기 위해 공범들이 혐의를 덮어쓰는 통상적인 ‘꼬리자르기’와도 다른 전략이라서다.
한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만 봐도 검찰이 이미 상당량의 자료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전면 부인은 자신의 중형 위험을 키우는 한편 검찰에겐 이 대표에 대한 강제수사의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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