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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8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2주 가까이 만나지 않아 의문을 낳고 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다른 경쟁 상대인 안철수 의원(13일), 황교안 전 대표(14일)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1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20일)까지 만난 상황에서 천 위원장만 쏙 빠졌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 대표가 경선 전후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의문은 더 커진다. 예컨대 김 대표가 만난 황교안 전 대표는 경선 내내 울산 땅 의혹을 집요하게 공격했고 이재명 대표는 수년 전부터 악담을 주고받은 대표적 구원(舊怨) 사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까지 만난 김 대표가 천 위원장만 만나지 않은 건 여러모로 이상해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회동이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21일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회동을 제안했지만 천 위원장이 묵묵부답인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그는 “전당대회 승리 직후 김 대표가 직접 천 위원장에게 회동을 제안했고 이튿날엔 구자근 대표 비서실장이 직접 천 위원장에 전화를 거는 등 여러 번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제안을 천 위원장이 사실상 거부했다는 것이다.
반면 천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지도부가 대놓고 이준석계 지우기에 나선 상황에서 웃는 낯으로 김 대표와 만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 대표가 뒤에선 만나자 하고 지도부는 앞에서 비난하는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부 지도부는 ‘천하람이 이준석 전 대표와 노선을 달리해야만 당에서 받아주겠다’는 언급도 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와 갈라서지 않으면 가만히 안 놔두겠다는 일종의 협박”이란 말도 덧붙였다.
천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공천을 줄지 말지는 우리 마음이란 식으로 간다면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걱정된다”며 “(지도부와의 관계 정립을) 저도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회동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셈이다.
양측의 이런 간극은 새로 꾸려진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준석계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천 위원장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도부의 시선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천 위원장은 경선 내내 반(反) 친윤을 핵심 기치로 삼았는데 이번 지도부는 친윤 일색으로 꾸려졌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아바타일 뿐인데 김 대표가 직접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도 라디오 공개 발언을 통해 “안철수 의원은 포용해도 이 전 대표는 고쳐 쓸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내에선 이 전 대표가 지도부에 대한 현재 입장을 계속 유지하면 양측의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과거 행태로 돌아갔다”며 날 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고, 이에 대해 지도부는 “이준석계 차기 총선 공천 여부 판단엔 시간이 필요하다”(이철규 사무총장)며 으름장을 놨다.
이런 상황이지만 김 대표 측은 “쫓아다니면서 만나달라고 할 필요까진 없지만 적어도 아예 안 만나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 청년층을 끌어안아야 하는 김 대표로서는 외연을 최대한 확장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슈 장악력이 뛰어난 이 전 대표와 마냥 척지는 게 총선 전략으로 좋지 않다는 건 여권 내부의 컨센서스이기도 하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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