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원·투 펀치'를 맡아줄 털보에이스와 좌승사자가 반등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롯데가 일단 큰 고민을 덜어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9~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3~4차전 맞대결에서 각각 1승 1패를 기록했다. 물론 경기 결과도 중요했지만, 롯데 입장에서 2연전이 만족스러웠던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듀오'의 동반 부활이었다.
롯데는 2012년 이후 11년 만에 4월을 단독 1위로 마치고, 파죽의 9연승을 달리는 동안에도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선발 투수들의 잇따른 부진 때문이었다. 5번의 등판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를 기록한 나균안을 제외하면 믿을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 롯데 선발 투수들이 4월에 소화한 이닝은 리그에서 가장 적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외국인 듀오의 부진이 가장 심각했다. 경기에 나서는 것보다 나오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정도였다. '털보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는 5경기에 등판해 단 1승도 쌓지 못했고, 2패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좌승사자' 찰리 반즈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즈는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7.58로 허덕였다.
사령탑이 짚은 스트레일리와 반즈의 부진 이유는 이러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스트레일리에 대해 "미국에서도 4월에는 항상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슬로우스타터였다. 몸 상태는 좋지만 운동-가동 범위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태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시즌이 한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 가동 범위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지만, 스트레일리도 88년생으로 나이가 있는 선수다.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자신의 보완점을 알고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즈는 투구폼에 변화를 준 것이 부진으로 이어졌다. 서튼 감독은 "반즈는 스프링캠프에서 세트 포지션에서 글러브 위치를 낮게 바꿨다. 상대 선수들이 반즈의 글러브 위치를 보고 알아차리는 것이 있었던 것 같아서 글러브의 위치를 바꿨다. 그러나 이 때문에 팔각도와 자신이 원하는 딜리버리가 되지 않으면서 다시 원래의 폼으로 수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4월 내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스트레일리와 반즈는 5월 첫 경기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나타났다. 스트레일리는 여전히 상대 타자들의 타구질이 좋은 편에 속했으나, 결과가 좋았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9일 사직 두산전에서 패전을 떠안았으나, 6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1사구 5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반즈는 제대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반즈는 10일 사직 두산전에서 6⅔이닝 동안 투구수 99구,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2회 무사 1, 2루의 위기를 제외하면 완벽했다. 두산 타자들은 반즈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에 추풍낙엽으로 쓰러져 나갔고, 사직구장 1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보이지 않은 노력과 수정을 통해 얻어낸 결과.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롯데의 '안방마님' 유강남은 스트레일리에 대해 "스트레일리는 직구 타이밍에 걸리지 않는 커브가 많았다. 다 한 타이밍에 나오는데, 커브를 섞음으로써 다른 구종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호투의 비결을 짚었다.
이어 반즈에 대해서는 "구위는 너무 좋았는데 제구가 문제였다. 타자가 의식할 수 있는 공들이 많아야 했는데, 터무니없는 공들이 너무 많았다. 반 개씩 빠져야 하는데, 3~4개씩 공이 빠졌었다. 결국 밸런스 문제였던 것이다. 오늘(10일)은 반즈가 밸런스를 잘 찾아왔다. 구위와 제구가 모두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023시즌에 앞서 4년 총액 80억원의 대형 계약을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유강남은 롯데가 단독 1위로 올라서고, 9연승을 달릴 때도 기쁨보다는 고민이 가득했다. 안정된 불펜 투수들에 비해 선발진이 힘을 쓰지 못했던 까닭. 유강남은 개인 성적도 뒤로 미루고 선발진들의 호투를 이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물론 한 경기 호투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나아지는 모습,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실히 보여줬다. 4월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많았던 롯데와 유강남이 일단 한 숨을 돌리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박세웅과 한현희가 보여줄 차례다.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