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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스스로 첼시의 '실패자'라고 고백한 이가 있다.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자신이 사랑하는 후배들 지지하기 위해서였다.
안드레 세브첸코와 미하일로 무드리크이야기다.
세브첸코. 2000대를 풍미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였다.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AC밀란의 전설적 공격수, 황금기를 이끈 간판이었다. 리그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모두 이끌었다. 리그 득점왕과 UCL 득점왕도 차지했다. 2004년 발롱도르는 세브첸코의 품에 안겼다.
이런 그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가 원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가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는 당시 구단주로서 가장 큰 돈을 썼다. 이적료는 4400만 유로(615억원). 첼시는 2006년 세브첸코 영입에 성공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9세였다.
거짓말처럼 첼시 유니폼을 입자마자 당대 최고의 공격수는 추락했다.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고, AC밀란으로 임대되는 굴욕도 맛봤으며, 결국 2009년 첼시를 떠났다.
첼시의 세브첸코 영입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첼시 역사상 최악의 영입 중 하나라고.
2023년 1월 첼시는 22세의 신성 무드리크 영입을 발표했다.
이적료는 8800만 파운드(1143억원). 계약기간은 무려 8년 6개월이다. 첼시가 무드리크를 향해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금액과 기간이다.
하지만 무드리크는 첼시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 어떤 강렬함도 선사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그의 성적표는 참혹하다. EPL 15경기 출전해 0골. 모든 경기 17경기에 나서 0골.
첼시의 무드리크 영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항상 이슈가 됐다. 지난 시즌 EPL 최악의 영입 중 하나라고.
과거 세브첸코와 비슷한 흐름의 무드리크다. 이에 세브첸코가 직접 나선 것이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있다. 조국이 우크라이나라는 것. 세브첸코는 우크라이나 역대 최고의 선수. 무드리크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이끌 선수다.
세브첸코는 무드리크가 많은 비판을 받은 상황에서 꾸준히 등장했다. 무드리크를 지지하고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자신의 상황과 무드리크의 상황은 다르다고. 그리고 다른 결과를 확신했다. 자신은 실패했지만 무드리치는 성공할 거라고.
세브첸코는 시즌 중 무드리크가 비판받자 "무드리크는 이제 막 거대한 축구 경력을 시작했다. EPL은 보통 지금 당장 결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무드리크가 앞으로 8년 동안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 달라.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무드리크의 재능과 경쟁력을 믿어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또 그는 "내가 무드리크의 나이에 첼시에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밀라노와 런던의 문화는 달랐다.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언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무드리크에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세브첸코는 시즌이 끝난 후에 다시 등장했다.
그는 "첼시 팬들이 인내심을 가졌으면 한다. 무드리크는 분명 최고의 자질을 보여줄 것이다. 이제 겨우 22세다. 매우 어리고, 미래에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무드리크는 첼시와 장기 계약을 맺었다. 무드리크가 첼시와 계약이 끝날 때,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지켜봐 달라"고 다시 한번 호소했다.
세브첸코의 무드리크를 향한 애정, 진심이 느껴진다.
[안드리 세브첸코, 미하일로 무드리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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