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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1번 타자'로서 역할은 제대로 해냈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뒤 득점을 기록했고, 네 번 타석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상대 투수에게 27구를 던지게 만들었다.
배지환은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홈 맞대결에 2루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배지환은 전날(16일) 매우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배지환은 2-3으로 뒤진 6회말 양키스의 앤서니 미세비치의 4구째 커브를 받아쳤다. 그런데 이 타구가 무려 100.6마일(약 162km)의 속도로 뻗어나가 미세비치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고, 미세비치의 머리 오른쪽 부분을 강타하게 됐다.
무안타 흐름을 끊어냄과 동시에 동점을 만들어내는 안타에도 배지환은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미세비치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까닭. 배지환은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주저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세비치를 지켜봤다. 다행히 미세비치는 큰 부상을 피한듯 몸을 일으켜세웠고, 탈것에 몸을 싣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아찔한 하루를 겪었지만, 배지환은 충격을 털어낸 듯했다. 경기 초반부터 배지환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배지환은 0-3으로 뒤진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양키스 선발 루크 위버와 맞붙었다. 배지환은 1~2구에 헛스윙을 하며 0B-2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는데, 3구째부터 6구째까지 연달아 볼을 골라낸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시즌 초반 피츠버그가 상승세를 탔던 시기의 배지환의 출루=득점 공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배지환이 볼넷으로 물꼬를 튼 후 피츠버그는 후속타자 브라이언 레이놀즈가 위버의 초구 커터를 힘껏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추격의 투런포를 작렬시켰고, 배지환은 이때 홈을 밟는데 성공했다.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두 번째 타석부터 추가 출루 또는 안타는 생산하지 못했다. 배지환은 2-4로 뒤진 3회말 1사 2루의 득점권 찬스의 두 번째 타석에서는 루크에게 삼진을 당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첫 타석과 마찬가지로 루크가 무려 7구나 던게 만들면서, 최대한 투구수를 늘리며 그나마의 아쉬움을 달랬다.
두번의 풀카운트 승부를 이끌어낸 만큼 루크는 4이닝 만에 투구수 77구, 3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배지환은 5회말 조니 브리토와 대결을 가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3루수 땅볼에 머물렀으나, 브리토와는 9구까지 가는 끈질근 승부를 펼쳤다. 세 타석까지 양키스 투수들을 상대로 배지환이 던지게 만든 공은 무려 22구였다.
배지환은 3-6으로 뒤진 8회말.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고, 양키스의 바뀐 투수 이안 해밀턴의 5구째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밀었으나,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날 경기를 모두 마무리했다.
양키스를 만나기 전까지 3연승을 질주하던 피츠버그는 연패에 빠졌다. 경기 초반 양 팀은 치열하게 주고받았다. 양키스는 1회 DJ 르메이휴와 글레이버 토레스의 연속 볼넷으로 마련된 1, 2루 찬스에서 오스틴 웰스가 선제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더니,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이어지는 만루에서 두 점을 더 보태며 0-3으로 앞서 나갔다.
피츠버그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피츠버그는 1회말 선두타자 배지환이 볼넷으로 물꼬를 튼 뒤 후속타자 브라이언 레이놀즈가 양키스 선발 루크 위버를 상대로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는 커터를 놓치지 않고 공략해 추격의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간격을 1점차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양키스는 3회초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달아나는 솔로포를 터뜨렸고, 피츠버그는 1사 3루에서 앤디 로드리게스가 희생플라이를 쳐 팽팽한 흐름을 유지했다.
승부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한 것은 경기 중반부터였다. 양키스는 6회초 애런 저지의 볼넷, 글레이버 토레스의 2루타로 마련된 2, 3루 찬스에서 피츠버그 헌터 스트랜튼의 폭투로 한 점을 달아났다. 그리고 8회 오스왈도 카브레라가 쐐기를 박는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양키스가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결국 피츠버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흐름을 뒤집지 못했고, 3-6으로 패하며 2패를 기록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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