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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9월에는 '승리'와 연이 닿지 않는 한 달인 듯하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3개의 피홈런을 내주는 등 시즌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류현진은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89구, 7피안타(3피홈런) 4사사구(3볼넷, 1사구) 2탈삼진 5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62에서 3.31로 수직 상승했다.
최근 매 등판이 마치 결승전과 같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류현진이다. 이는 팀이 처한 상황 때문. 메이저리그 와일드카드는 3위까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는데, 현재 토론토는 2위에 랭크돼 있지만,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까닭.
매 경기가 중요한 가운데 투구 결과는 항상 좋았다. 류현진은 지난달 13일 텍사스와 맞대결에서 6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했는데,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온 뒤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경기를 펼쳤다. 게다가 직전 등판에서는 내용은 불안불안 했지만,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제 몫을 다해냈다.
다만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승리와 연이 닿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8월 메이저리그도 돌아온 뒤 다섯 번의 등판에서 3승을 수확했는데, 9월에는 이날 등판 전까지 네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5로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날 또한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뒤 10경기째. 류현진은 빅리그 무대를 밟은 후 30개 구단 중 7개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쌓지 못했는데, 그 중 한 구단이 탬파베이였다. 통산 5번의 맞대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었던 류현진. 그는 24구단째 승리를 향해 마운드에 올랐으나, 투구 내용과 결과가 모두 최악이었던 등판이 아닐 수 없었다.
최악의 스타트였다. 류현진은 1회말 첫 타자 얀디 디아즈를 상대로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6구째 89.4마일(약 143.9km)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 스트라이크존 방향으로 꽂아넣었다. 그런데 이때 디아즈의 방망이가 거침없이 돌았고, 타구는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디아즈의 타구는 100.1마일(약 161.1km)의 속도로 뻗었고, 좌측 담장으로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이어졌다.
'리드오프 홈런'을 맞은 이후에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해롤드 라미레즈에게는 바깥쪽 승부를 고집한 끝에 볼넷을 허용하며 주자를 내보냈다. 이후 커티스 미드를 좌익수 뜬공, 이삭 파레디스에게는 66마일(약 106.2km) 커브로 삼진을 솎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주니오 카미네로에게 7구 승부 끝에 또다시 볼넷을 헌납하며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 위기를 손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류현진은 1, 2루에서 조시 로우와 맞붙었고, 2B-2S에서 6구째 87.9마일(약 141.5km)의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렸는데, 이 타구도 담장 밖으로 향해 날아가 돌아오지 않았다. 로우의 타구는 무려 105.7마일(약 170.1km)의 속도로 415피트(약 126.5m)를 비행한 뒤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4점을 내준 뒤 매뉴얼 마고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힘겹게 이닝을 마쳤다.
어렵사리 1회를 마친 류현진의 2회 투구도 평소와는 달랐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를 2루수 뜬공, 테일러 월스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다. 문제는 2사 이후였다. 류현진은 디아즈에게 몸에 맞는 볼, 라미레즈에게 안타를 맞아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미드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이번엔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전체적으로 제구가 불안하고, 구속이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이닝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내용은 개선됐다. 류현진은 3회말 선두타자 파레디스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이후 카미네로에게 빅리그 데뷔 첫 안타를 내줬지만, 후속타자 로우를 3루수 뜬공, 마고에게는 4구째 64.3마일(약 103.5km) 커브로 삼진을 뽑아내 2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1회 이후 순항하던 류현진의 실점은 4회 다시 시작됐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베탄코트를 상대로 1B-2S에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4구째 87.2마일(약 140.3km)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이를 공략당해 이번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맞았다. 한 경기 3피홈런은 2021년 8월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무려 758일 만이었다.
5실점째를 기록한 류현진은 이어 나오는 월스를 3루수 땅볼 처리한 뒤 디아즈에게 다시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라미레즈를 유격수 땅볼, 미드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5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류현진은 파레디스에게 볼넷, 로우에게 안타를 맞으며 1사 1, 2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행히 바통을 이어받은 트레버 리차즈가 승계 주자의 득점을 '불허'하며 류현진은 4⅓이닝 5실점으로 경기를 마치게 됐다.
정규시즌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류현진의 남은 등판은 단 한 차례, 다음 맞대결 상대도 탬파베이다. 일단 시즌 4승 사냥에 실패한 류현진이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는 이날의 '3피홈런' 수모를 되갚아줄 수 있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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