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권순우, 하위 랭커에 아쉬운 패배
라켓 박살 내고 악수 거부 '비매너 논란'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모두 목표로 삼는 것이 승리다. 개인전이든 팀 대결이든 상대를 제압하고 이기는 밑그림을 그린다. 승리에 환호하는 쪽이 있다면, 패배에 실망하는 이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패배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해 화를 내거나 물건을 부수는 선수들도 종종 보인다.
'한국 테니스 간판'으로 불리는 권순우(26·당진시청)가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남자단식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그쳤다. 25일 펼쳐진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에 세트 점수 1-2(3-6 7-5 4-6) 졌다. 세계랭킹 52위까지 오른 적이 있고,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 2회 우승에 빛나는 그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세계 랭킹 636위 선수에게 졌으니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게 무리도 아니다.
권순우는 패배가 확정된 후 라켓을 바닥에 내리쳤다. 분풀이를 했다.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라켓을 시설물과 바닥에 더 때려 박살을 냈다. 평소 차분하고 인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그답지 않게 거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상대의 악수 요청을 거절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표출하면서 상대에 대한 존중을 하지 못했다. 네트를 가운데 두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펼쳐 승리한 상대방을 축하해주지 않았다. 폭력적인 화풀이보다 더 실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승리를 거두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으나, 승리를 만들 수 있는 냉정을 찾지 못했다. 최근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탓에 마음이 급했을 수도 있다. 병역 혜택 기회를 날려 허무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정정당당히 겨룬 대결에서 졌다. 스스로에 대한 화풀이늘 짧고 굵게 하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삼레즈는 최선을 다해 '대어' 권순우를 꺾었다. 축하의 악수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ATP 투어 경기를 보면 라켓을 박살내고 괴성을 지르고 분노의 제스처를 취하는 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승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승부욕을 발휘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물론 폭력적인 행동이 과하면 징계와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어쨌든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선수들도 패배가 확정되면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는다. 자신의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스포츠 정신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권순우는 그러지 못했다.
[박살난 테니스 라켓(위), 권순우, 권순우(가장 아래 오른쪽)와 노박 조코비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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