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김종국 감독이 박수를 쳤다.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사령탑인데 너무나도 짜릿한 순간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KIA가 간절한 1승을 따냈다. 3일 수원 KT전서 1-1 동점이던 9회초에 2점을 뽑아내며 3-1로 승리, 주말 인천 SSG 2연전 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5위 SSG와 여전히 2.5경기 차지만, 포기할 때는 아니다.
이날 KIA의 승리가 의미 있었던 건, 9회 2득점이 이른바 ‘짜내기’ 야구, 작전야구에 의해 나온 점수였다는 점이다. 빠른 발을 보유한 주자, 우측으로 타구를 보내는 능력이 탁월한 타자, 은근히 작전수행능력이 빼어난 타자까지. 김도영의 발에서 시작했고, 이우성의 개구리번트로 끝났다. 결국 KT 클로저 김재윤을 무너뜨렸다.
선두타자 김도영이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김종국 감독의 현란한 작전야구가 시작됐다. 후속 김선빈 타석, 초구에 김도영이 2루를 훔쳤다. 이 장면부터 디테일이 숨어있었다. 조재영 3루 코치가 김종국 감독에게 직접 다가가 지령을 받았다.
이후 김선빈이 페이크 번트를 시도하며 김재윤-장성우 배터리에 혼란을 줬다. 장성우가 2루 송구할 때 배트를 절묘하게 거둬들여 수비 방해를 하지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선빈은 이후 또 한번 페이크 번트를 했다. 이번엔 페이크 번트&슬러시.
KT 1루수 박병호가 김선빈이 번트를 댈 줄 알고 대시하자 김선빈이 강공으로 전환해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김선빈은 우측으로 밀어서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이 리그에서 가장 좋다. 김재윤이 하이패스트볼을 뿌렸으나 김선빈은 찍어 내려치며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발 빠른 김도영은 재빨리 홈으로 파고 들었다. 결국 KIA는 아웃카운트를 1개도 소모하지 않고 결승점을 냈다. 작전과 기술, 스피드의 조화였다.
김선빈이 KT의 홈 승부에 재치 있게 2루에 들어가자 김 감독은 대주자 최정용을 투입했다. 1점을 더 내겠다는 의지.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중견수 뜬공을 날려 1사 3루가 됐다. 그리고 이우성이 초구 147km 바깥쪽 패스트볼에 몸을 날려 번트를 댔다. 김 감독의 스퀴즈 번트 사인이 났고, 이우성은 무조건 번트를 댔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중견수 뜬공에 최정용이 3루 태그업에 성공하자 조재영 코치가 최정용에게 뭐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중계방송사 화면에 잡혔다. 결국 스퀴즈를 미리 염두에 뒀다고 봐야 한다. 최정용의 홈 스타트도 좋았다. 스퀴즈 번트를 할 땐 무조건 3루 주자의 스타트 타이밍이 빨라야 한다. 투수가 투구 자세에 들어갈 때 뛰어야 한다는 게 지도자들 얘기다. 번트를 댄 걸 보고 뛰면 이미 늦다. 그래서 이우성이 무조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야 했다.
김 감독이 이우성을 신뢰하는 건 단순히 타격 능력의 향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또 드러났다. 덩치가 커도 수비, 주루, 작전수행 모두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내려왔다. 그리고 이우성은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또 한번 발휘했다. 마치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김재박 전 현대, LG 감독의 개구리번트를 보는 듯했다.
KIA가 그렇게 귀중한 승리를 얻었다. 이렇게 생각한대로 야구가 구현되면 팀 케미스트리도 강화되고, 자연스럽게 침체된 분위기를 올리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KIA가 5강을 향한 의지가 죽지 않았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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