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새 시대의 교통문화: 안전속도 5030과 보행자 중심의 교통법 변화”
[홍명호 법무법인 도원 대표변호사] 새학기가 되면 병아리 같은 어린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부모는 아파트 주차장이나 골목길을 지나고 횡단보도를 건너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길에 늘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엄마가 학교 가는 아이에게 예전부터 꼭 하는 말이 있다. “차 조심해라.” 이상하게도 중년이 된 내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 말을 아직도 우리의 아이 또한 듣고 있다. 이는 차량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가 주의해야 한다는 인식이 깊게 뿌리내린 우리의 교통문화 때문이다. 다행히 2000년 대비 2020년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크게 감소했으나, 한국은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보행 중 사망자 비율이 높은 국가이다.
1982년 제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법은 차량 운전자에게 과도한 보호를 제공하며,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대부분 교통사고에 대해 운전자의 형사처벌을 면제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 교통문화는 운전자 중심으로 흘러가고, 보행자가 차량에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04년에 발생한 한 사례를 보자. 대학생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음에도 가해 운전자에게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대학생 측은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결국 2009년 헌법재판소는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경우 교특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2019년에는 민식이법의 제정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상해나 사망 사고에 대해 처벌을 강화했다. 다만 과도한 형사처벌을 이유로 법리적 비판을 받고 있다.
민식이법은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는데, 고의성이 없는 과실사고와 음주운전, 뺑소니와 같은 미필적인 고의성을 가진 사고를 동일하게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또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상해사례에도 최소 500만원 이상의 벌금과 사망 시 3년 이상의 징역형이 부과되는데, 이는 살인과 같은 범죄와 동일 또는 그 이상 처벌을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안전속도 5030 정책이 됐다. 이를 통해 교통문화 변화가 예상된다. 핵심은 도시부의 차량 제한속도를 50km/h로, 주택가 도로 등 보행 위주 도로 제한속도를 30km/h로 조정했다. 이 정책은 정부, 교통 전문가, 시민단체, 교통 관련 기관이 장기간 기획과 의견 수렴을 통해 탄생했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교통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2021년은 교통안전에서 ‘차보다 사람이 우선’ 하는 교통문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 해로 기억된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은 보행자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도로 제한속도를 낮추는 전략으로 전국에 도입되었다. 초기에는 경제적인 손실과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시행 후 2년이 지난 현재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 이는 안전을 중시하는 인식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세 가지 주요 법도 제정되었다. 첫째, 보도가 없는 도로에서도 보행자가 차를 피해 길 가장자리로 통행할 필요가 없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었다. 둘째, 우회전 차량에 의한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적색 신호에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가 강화되었다. 셋째, 보행자 우선 도로가 공식적인 도로 유형으로 정의되고, 해당 도로의 차량 속도가 시속 20km 이내로 제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의 역동적인 발전을 보여준다. 반세기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회적 합의와 인식 변화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제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기존의 교통문화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제도적인 변화를 통해 문화를 바꾸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있다.
|홍명호 법무법인 도원 대표변호사.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감사, 손해보험협회 보험분쟁예방협의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홍명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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