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격수로 뛰고 싶다고 말씀드리려고 한다.”
‘혜성특급’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24)은 사실상 2년 연속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가 유력하다. 현존 KBO리그 최고 공수주 겸장 중앙내야수다. 그런데 김혜성의 중앙내야 골든글러브는 3년 연속 수상이 유력하다. 2021년에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받았기 때문이다. KBO 유일의 유격수, 2루수 골든글러브 석권자다.
김혜성은 2017년 입단 이후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봤다. 2020년에 에디슨 러셀이 있을 땐 좌익수까지 섭렵했다. 그래도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있을 때까지는 제대로 3유간에 설 수 없었고, 2021시즌에 마침내 풀타임 유격수 꿈을 이뤘다.
당시 김혜성은 생애 첫 3할에 안정적인 수비를 뽐내며 골든글러브를 가져갔다. 그러나 내야수 출신 홍원기 감독의 시선은 좀 달랐다. 시즌 막판 김혜성을 잠시 2루로 돌리기도 했다. 그리고 2022년 고흥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풀타임 2루수 준비를 지시했다.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이 2루수로 정착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2루수로 뛸 때 병살플레이가 매끄럽다고 했지만, 사실 2021시즌 유격수로서 실책이 35개인 걸 간과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선수의 약점을 절대 언급하지 않지만, 업계 사람들은 알고 있다. 김혜성은 2021시즌에 종종 장거리 송구가 부정확했다.
실제 2022시즌 2루수로만 뛰니 실책이 11개로 급감했다. 수비범위가 매우 넓고, 어깨 자체는 강하며, 홍원기 감독 설명대로 병살플레이에 매우 능숙하기 때문이다. 물론 키움은 이 시즌 내내 유격수에 문제를 드러냈고, 결국 올 시즌 러셀 재영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을 올 시즌에도 2루에 고정했다. 유격수는 러셀이 부상으로 퇴단한 이후 김휘집을 내세우거나 돌려막기를 했다.
그런 김혜성이 4일 조아제약 시상식 직후 ‘유격수 복귀’의 꿈을 드러냈다. 감독의 지시이니 말할 수 없었지만, 김혜성은 사실 ‘유격수 프라이드’가 높은 선수다. 마침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고, 메이저리그 세일즈 차원에서도 2루수보다 유격수로 뛰는 게 유리한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내야수라면 유격수가 돼야 가치가 높다.
마침 팀 상황도 받쳐준다. 키움은 2차 드래프트서 베테랑 2루수 최주환을 영입했다. 내년 36세지만, 아직 운동능력이 크게 떨어진 건 아니다. 풀타임 2루수가 가능하다. 키움은 김혜성을 2루, 최주환을 1루로 쓸 생각을 하고 최주환 영입을 단행했지만, 1루는 이원석도 가능하다. 사실 이원석이 1루로 가야 키움이 은근히 차세대 내야 리더로 생각하는 송성문이 풀타임 3루수가 가능하다.
결국 김혜성의 요청을 접할 홍원기 감독의 결단만 남았다. 홍원기 감독이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동안 생각과 평가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이건 어떠한 결론이 나와도 홍원기 감독의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 선수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디시전 영역이다. 감독은 선수의 미래보다 팀의 오늘과 미래가 중요하다.
단, 홍원기 감독은 코너 외야수로 뛰던 이정후를 ‘중견수 이정후’로 돌린 주인공이다. 2021년 부임 이후 이정후에게 중견수를 맡긴 건 훗날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굳이 부인하는 사람이 없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달 원주 마무리훈련 당시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드림에 웃으며 “꿈을 크게 갖는 건 좋다”라고 했다. 김혜성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지도자다. 김혜성이 여기까지 달려오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은사다. 홍원기 감독의 결단만 남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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