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대한축구협회(KFA) 심판 임원 A가 후배 심판 B에게 갑질 및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마이데일리 12월 20일 단독 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을 포함해 막말을 쏟아부었다. 지난 8월 9일 벌어진 일이다. B는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컸다. 9월 18일 B는 정신과 치료(사진)를 받았다.
B는 10월 16일 KFA 심판운영팀을 찾아가, 자신이 당한 일을 알렸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또 다른 심판 임원 E가 중재자로 나섰다.
다음 날인 10월 17일 B와 E는 첫 전화 통화를 했다. 그리고 11월 3일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12월 2일 두 사람은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다. 12월 14일 심판위원회를 개최해 이 건을 공정위원회로 회부하기로 결의했다.
E가 이 과정에 대한 설명을 했다.
10월 17일. 사건을 인지한 후 첫 통화를 했다. A가 B에게 직접 사과 및 중재를 하고자 노력했다.
10월 24일. KFA 김정배 부회장에게 이 건을 보고했다.
11월 3일. 만남에서는 부회장에 보고 및 관련 사항을 B에게 전달했다.
11월 21일. 행정적 절차를 밟기로 내부에서 결정했고, 심판소위원회에서 공정위원회로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12월 2일. B가 심판위원회를 불신하고 있는 상황을 인식했고, 이에 공정위원회에 안건 상정하기로 얘기를 했다. B에게 위와 같은 내용 전달 및 공정위원회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12월 14일. 심판위원회를 개최해 공정위원회로 회부하기로 결의했고,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과연 E의 설명대로 진행이 됐을까.
10월 17일 첫 통화. A가 B에게 직접 사과 및 중재를 하고자 노력했다. 임원 입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E의 주요 발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내가 봤을 때 너무 미안하다. 서로 오해가 생긴 것부터 시작이야. 심판계를 바꿔가고 있는데 여기에서 악동 역할을 하는 게 A야. 그러니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 네가 심판실 먼저 가서 이야기 다 하고, 나는 뭐냐. 네가 심판을 안 하려고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돼. 섭섭하다. 너도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나와 대화를 해야지. 내가 리스크가 될 수 있고, 너도 리스크가 될 수 있어 상황이. 네가 나한테 숨 쉴 공간을 줘야 나도 풀어갈 거 아니야. A를 계속 주시를 하고, 반성을 시키고 있어. 너도 실수할 수 있고, A도 실수할 수 있어. 나이를 먹어도 애는 애다. 배정이든 뭐든 심판 보는 거에 대해 불이익을 없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너도 기회를 한 번 줘라. 나를 보고. 너나 이쪽이나 이득이 되는 게 없잖아."
A가 후배 심판 C와 D에게 막말을 한 내용도 언급한다.(마이데일리 12월 21일 단독 보도) B가 A의 실수가 반복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E는 이렇게 설명했다.
"A가 너에게는 화를 낸 게 맞아. 하지만 C와 D는 화를 낸 게 아니라, 통상적으로 술 먹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사무실에서 이야기하잖아, 장난하잖아. 친하다고 생각하니 그런 이야기를 한 거야. 그게 듣는 사람 입장에서 당연히 안 좋지. 그래서 나도 A에게 인지해라, 말 한마디도 조심하라고 말했다. C에게 바로 사과하게 했어."
그리고 계속 중재에 집중했다.
"네가 나를 선배로 생각을 한다면, 너도 기회를 한 번 가지고, 우리도 기회를 한 번 갖고 가보자. 그 직책의 사람 뽑는 거 쉽지 않다. 너희들이 모르는 게 있다. 내가 A를 두둔하자고 하는 건 아니다. A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사람이 하는 역할을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 너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한 번의 기회를 줘라. 숨 쉴 공간을 나에게 줘라. 내가 사과시키고 할 테니, 기회를 한 번 주라는 거다. 나한테는 줄 수 있잖아. 네가 전화를 받아서 이야기를 하든, 그 사람에게도 기회를 줘야 할 거 아니야."
E의 중재 시도에 B는 강하게 거부했다. 그리고 거부 의사를 확실히 전했다.
"이 일로 정신과를 다녀왔다. 지금도 막 떨리고 하는데 (화해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들어주기 힘들다. 죄송하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데, 그것만큼은 안 되겠다.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다."
B가 원하는 건 단 하나, A의 징계였다.
11월 3일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E는 부회장에 보고 및 관련 사항을 B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맞다. 부회장 보고 및 관련 사항은 전달했다.
그렇지만 E는 이 만남의 꽤 많은 시간을 A와 B의 화해를 위해 썼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거부 의사를 확실하게 전했는데도. 이는 분명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였다.
E는 첫 전화 통화에서는 중재를 시도했지만 첫 만남에서 화해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첫 만남에서 화해를 시도한 주요 발언 내용이다.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우선 들어보고. A하고 너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제안하고.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렇게도 가고, 이렇게도 갈 거 아니냐. 어쨌든 A와 B를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게 내 역할이다. 이번에는 서로 틈을 줘보고, 서로 대화의 길을 만들어서, 네가 안 되면 내가 도와주면 되고. 너도 심판 쌓아온 거를 꾸준히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고. 네가 틈을 줄 수 있는 거다. 네가 어떻게 하면 서로 윈-윈 할 수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B는 다시 한번 거절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하지만 E는 멈추지 않았다.
"사과를 하거나 대책을 세울 수 있어. 예를 들어 일정 같은 것을 전달할 때 너를 인격적으로 대우할 수 있는 사람이, 너를 대우할 수 있게끔 진행을 할 수도 있어. 만나서 사과받고 이런 게 어려우면 예를 들어 각서 같은 문서도 쓸 수 있어. 방향성을 가져가기 위해서 그 틈을 만들어놔야 내가 해야 할 일이 생기잖아. 나도 인지를 하고 있고, 경각심을 가지고 갈 수 있게끔 조치를 할테니, 그런 방법을 자꾸 찾아보자는 거잖아. A는 내려놨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네가 소통을 단절하고 있으니 그 이상은 할 수 없는 실정이잖아. 결론은 네가 할 수 있는 거에 대해서 노력을 해보고. 당사자끼리 이야기를 하던가, 어떻게 보면 나도 제3자고, 당사자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도 있을 거 아니야. 너 나 봐왔잖아. 나를 믿으면 한 번 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네가 하고 있는 거 솔직히 나한테 도움이 안 될 수 있어. 하지만 이번에 좋은 방향 만들어 가면 너희들 끌고 가는데 더 힘을 얻을 수 있고,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어. 마음은 한 번 정도는 너도 그 사람을 이해해 준다고 생각하고,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네가 한 번 생각을 해줘. 방법은 찾아가면 있는 거야. 한 단계, 너도 마음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마음을 열고 생각을 조금 더 해봐. 무조건 안 바뀐다는 보장을 하지 말고 스스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고. 만약 언론에 터지면 나도 너를 대하는 게 어려워져. 서로 간에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어."
A와 B의 화해를 시도하면서 E는 A 옹호 발언을 했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면, A는 진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말을 내뱉는 게 이상하게 가는 거다. 옛날 선배들 버릇이다. 이런 얘기를 한 건 너를 끌고 가려고 전달을 한 거지. 마음으로. 너 싫어서 이야기한 게 아니라, 이렇게 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한 거다. A는 네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알았으면 좋겠다. 그게 정답이야. 네가 싫어서, 너를 괴롭히고자 한 건 절대 아니야. 네가 그 사람 말을 좀 들어봐야 하는데. 그전에도 괴롭혔고, 배정 등으로 괴롭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전화를 받지 않은 거 때문에 화를 낸 거고, 오버를 한 거다. A는 너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싶어 한다. A는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진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말실수해서 이렇게까지 가는 구나 하는 걸 느끼고 있고. 너만큼은 아니지만 A도 스트레스 안 받고 있겠냐. 자책을 하고 있어. 나는 너에게 대변을 할 수 밖에 없어. A는 사과를 포함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의 의지가 확고하자, E는 방향을 틀었다. 공정위원회를 꺼냈다. B가 원하는 징계로 가는 방향이다. 그런데 E가 주장하는 공정위원회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공정위원회에 올렸다는데, 피해자의 진술, 증거(녹취록) 등 그 어떤 것도 조사해 가지 않았다.
E의 주장은 12월 2일 B가 심판위원회를 불신하고 있는 상황을 인식했고, 이에 공정위원회에 안건 상정하기로 얘기를 했다. B에게 위와 같은 내용 전달 및 공정위원회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12월 2일 B와 E의 마지막 대화 내용은 이렇다.
"심판 임원들과 이야기했고, 전달 했고, 내려오는 절차가 안 된다고 해서 공정위원회로 다시 올렸어. 그 내용을 공정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거든 다시. 문서가 나오니까. 공정위원회라고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다루는 위원회가 있어. 공정위원회에 상정을 하라고 올렸어."
B는 의문을 제기했다. B는 공정위원회의 과정을 몰랐다. B가 생각하기에 피해자의 진술, 증거 등이 없이 공정위원회가 열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피해자 없어도 그렇게 진행이 될 수 있냐고. 자신에게 어떤 연락이 온 적이 없다고도 했다.
E는 답했다.
"(연락) 그거하고는 상관이 없는 쪽이라 너한테 연락이 가는 건 아니고. 당사자에 대한 처벌을 해야지, 이런 이런 일을 만들었으니. 거기(공정위위원회)에다 올리는 거지."
의문이 가시지 않은 B가 재차 질문하자 E는 말을 바꿨다.
"그러면 네가 OOO팀장이라고 있어 거기다가 올려. 내용을 너한테 취합하라고 할게. OOO팀장과 통화를 하라고. 너한테 전화를 하라고 할게."
이어 공정위원회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나는 관여를 안 하고 싶다. 이 내용에 대해서 이렇게 하면 나는 스트레스만 받아. 나는 할 일이 많은데 이거 가지고 너랑 싸우고 있어야 하냐. 절차를 명확히 이야기했잖아. 부회장에게 보고했으니, 내가 하는 게 아니라 공정위원회에서 하겠다. 공정위원회에 내가 올렸다고 이야기하잖아. 내가 너한테 보고해야 하는 거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정위원회 이것뿐이야. 문제가 생겼을 때 2, 3개 건을 같이 해. 한 2, 3주, 한 달 걸려. 공정위원회에 올리라고 했고, OOO팀장이 이야기한다고 했고, 진행한다고 했다. 이제 내가 관여를 하면 안 된다. 거기서 하는 거니. 우리 심판 쪽에서 공정 소위원회에 이 문제를 올리니까, 거기서 해결을 다 하는 거다. 거기서 나오는 거를 심판에게 전달을 하는 거다. 문서 작성을 공정 소위원회에서 하는 거지. 공정 소위원회에서 결정이 안 나면 공정 전체 위원회에 올리라고 얘기를 해야 하니까. 절차가 있어. 결과가 나오면 너에게 통보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겠다."
E는 12월 14일 심판위원회를 개최해 공정위원회로 회부하기로 결의했고,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B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B는 개인 채널을 통해 이 사실을 파악했다.
12월 21일. 아직까지 공정위원회 쪽에서 B에게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진술도, 증거도 가져가지 않았다.
B와 E의 마지막 통화에서도 가해자 옹호 발언은 빠지지 않았다.
"A가 무언가를 하려다 보니, 머리가 복잡한 시기 8월이었다. 모든 일을 다 맡아서 해야 하고, 전화를 안 받고 하니, 이 사람이 열이 받은 거야. 옛날 사람 생각, 마인드. 너에게 전달할 때 이 사람 마음 1번. 너를 괴롭힌 건 아니다. 경각심을 주려고, 이러면 안 된다는 거를 너한테 심어주려고 한 거다. 너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려고 한 건 아니라는 거다."
[심판 사진(위 내용과 관련 없음), 피해자 정신과 치료 진료 확인서. 사진 = 대한축구협회]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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