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세계적인 악당' 비난, 실력으로 이겨낸 조코비치의 위대한 승리

세계 테니스의 절대 강자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37)와 호주의 악연이 끈질기다. 올해 호주 오픈에서 11번 째 우승을 노리는 조코비치는 행복한 기분으로 호주 멜버른에 돌아왔다. 그러나 또 다른 행패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슬픈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모두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서다. 이래저래 호주는 조코비치에게 기분 좋은 땅이 아니다.

그는 한때 호주 때문에 ‘세계의 악당’으로 불렸다. 운동선수가 얼마나 잘못했기에 그런 극단의 욕을 먹어야 했을까? 더구나 세계 1위의 선수가 선수권을 방어하는 대회 참가를 거부당하고 호주 정부에 의해 추방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무슨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백신 접종을 거부한 일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터무니없는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조코비치를 비난했던 기자의 죽음

지난 19일 3회전 경기. 호주 오픈 연속 31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서브를 조코비치가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한 관중이 “자네, 백신이나 맞아라”고 고함을 쳤다. 경기 중에는 움직이는 것은 물론 점수가 나기 전까지 어떤 소리도 내어서는 안 되는 것이 테니스 경기 관중의 기본 예의. 뜬금없는 소리에 조코비치는 잠시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야유 꾼에게 다른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백신 때문에 호주에서 큰 곤욕을 치렀던 조코비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4회전에 진출했다.

이 소동만이 아니었다. 다음 날 조코비치는 충격의 소식을 들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한 자신을 가장 신랄하게 비난했던 영국 기자 마이크 딕슨이 20일 멜버른의 호텔 방에서 갑자기 숨진 것이다. 그는 호주 오픈을 취재 중이었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의 딕슨은 38년 스포츠 기자 활동 가운데 주로 테니스 취재로 이름을 날렸다. 살고 있는 곳도 테니스로 유명한 런던의 윔블던이었다.

딕슨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거의 모욕에 가까운 독설을 퍼부었다.

“조코비치는 백신 접종을 거부함으로써 GOAT(모든 시대의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될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 그렇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선수가 (백신을 맞지 않는 그런 걸로) 죽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왜 세계 1위의 선수가 그렇게 백신 맞는 것을 싫어하는가?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는가?”

“조코비치는 몇 사람들에게는 영웅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명성을 되돌릴 수 없는 정도의 쓰레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스포츠 정신을 보였다. 과거에 받은 상처에 관계없이 딕슨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보냈다.

관객의 고함과 딕슨의 죽음은 세계 언론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2년 전 조코비치가 백신을 맞지 않아 겪은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현재 세계 남자단식 1위다. 13년에 걸쳐 409주 동안 세계 1위를 유지한 기록을 갖고 있다. 10번 호주 오픈 우승에 24번 메이저 대회 우승. 그러나 코로나 백신 접종 거부로 미국 오픈과 호주 오픈 참가를 거부당했다.

■선택할 권리-강제 백신 접종 거부

조코비치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대회 참가 조건으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몸속에 무엇인가를 주입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한다는 그는 모든 종류의 백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고 했다.

“나의 몸에 관한 결정의 원칙들은 우승이나 다른 것들보다 훨씬 중요하다. 나는 개인이 가진 선택의 자유를 믿는다. 백신을 맞을 지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권리다. 대회 참가에 어떤 불이익이 있더라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나라에서 열리는 어떤 대회에도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조코비치는 원래 호주 측으로부터 접종 면제를 받고 호주 오픈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호주에 도착해서야 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이민국 호텔에 격리 수용되었다가 추방되었다. 조코비치의 존재가 호주 내에 반 백신 정서를 촉발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정부의 오락가락 때문에 상식 밖의 일을 당한 것. 호주는 팬테믹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백신 반대자를 체포할 정도로 백신 접종에 집착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도 조코비치의 22년 US오픈 참가를 막았다. 그는 미국 입국을 위한 특별 허가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지난해 호주 오픈에 참가할 수 있게 된 조코비치는 “추방 경험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코비드 백신 때문에 세계 언론의 폭풍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갑자기 나는 세계의 악한이 됐다. 세상의 대부분이 나를 반대했다. 선수로서 그것은 치명타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세계의 악한’으로 몰린, 이성이 상실된 시간들을 조코비치는 잘 견뎌냈다. 그는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고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그랬으니 백신 후유증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손태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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