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13년 3월 막걸리 회동으로 시작
건당 평균 임차료 40~90만원 아껴
단지 내 부가수입 줄면 주민도 피해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가 중계기 설치 목적으로 아파트 옥상을 빌리면서 임차료를 6년 3개월 동안 담합했다.
25일 공정위는 아파트와 건물 옥상 등 이동통신 설비(중계기·기지국) 설치 장소 임차료를 담합한 이동통신사 3사(SKT·KT·LGU+)와 SKT 자회사 SK ONS에 과징금 199억76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KT 86억600만원, LGU+ 58억700만원, SK ONS 41억3500만원, SKT 14억2800만원 등이다.
이동통신사는 전국망 구축을 위해 지대가 높은 아파트나 건물 옥상 등을 빌려 중계기와 같은 통신설비를 설치한다. 이때 생기는 임차료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와 협상해 정한다. 이동통신사가 낸 임차료는 아파트 단지 수입으로 잡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사용되기에, 임차료가 높을수록 입주민 관리비 부담은 덜어진다.
이동통신 3사는 2011년 4G(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설비 설치 장소를 경쟁적으로 임차하기 시작했다.
위치 선점 경쟁이 심해지면서 임차 비용이 급증하자, 통신사는 가격을 짬짜미하기로 했다.
2013년 3월 각 회사 담당자 50여명이 경기 과천시 관문체육관에 모여 ‘막걸리 회동’을 갖고 함께 임차 비용을 낮추기로 합의했다. 3사가 공동 대응하는 상시 협의체도 만들었다. 이들은 당시 이 협의체를 ‘태스크포스(TF)’라 했다가, 2016년부터 ‘어깨동무’라고 불렀다.
설치장소 중 임차료가 높은 곳이 생기면 이를 ‘고액국소(高額局所)’로 지정하고 계약 갱신 시 임대인에게 제시할 임차료 수준과 인하폭을 함께 결정했다. 2016년 3사가 정한 고액국소 수는 총 5300여개, 담합 기간 관리한 고액국소는 총 8500개에 달했다. 이들은 각 지역을 동·리 단위로 세세하게 나눠 ‘지역별 임차료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다. 기존 장소에 4G·5G(5세대) 장비를 추가할 때 지불할 임차료 상한도 담합했다.
이동통신 3사가 6년 3개월 동안 담합한 결과, 고액국소 계약 건당 평균 임차료는 2014년 558만 원에서 2019년 464만원으로 94만원이 인하됐다. 신규 계약은 202만원에서 162만원으로 40만원 낮췄다.
오행록 공정위 제조카르텔조사과장은 “입주민협의회에서 임차료를 올려달라고 하거나 3사가 임차료를 낮춰달라고 했을 때 응하지 않으면 설비를 다 철거한 사례도 있었다”며 “아파트 입주민 등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대기업 간 구매 담합에 대한 적발 사례”라고 말했다.
구현주 기자 wint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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