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9억' 보가츠도 '15초' 만에 납득…"최대한의 가치 위해" 유격수 복귀, 김하성에겐 무조건 '플러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15초가 걸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크 쉴트 감독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야수진까지 합류한 첫 단체 훈련에 앞서 김하성과 잰더 보가츠의 포지션을 맞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가 있다. 바로 '어썸킴'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지난 2021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와 4+1년 3900만 달러(약 521억원)의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데뷔 첫 시즌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대한 적응 등에 애를 먹으며, 선발보다는 주로 백업으로 출전하는 그쳤다. 하지만 입지는 1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샌디에이고는 당시 주전 유격수로 뛰며 내셔널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갖고 있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 금지 약물 복용으로 인해 80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게 되자, 김하성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김하성은 1년만에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뤄냈다. 김하성은 150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11홈런 59타점 12도루 타율 0.251 OPS 0.708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는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 타티스 주니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FA 시장에서 잰더 보가츠(11년 2억 8000만 달러)를 영입했는데, 이로 인해 유격수가 필요한 팀들은 김하성에게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유격수 자원만 세 명을 보유한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하성은 2023시즌 또한 샌디에이고의 유니폼을 입었고, 그의 가치는 절정을 찍었다.

김하성은 지난해 152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7홈런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활약하며 레벨업했고, 이번에는 내셔널리그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서 모두 골드글러브 후보로 선정됐다. 그리고 유틸리티에서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아시아 출신의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김하성이 사상 최초였다. 그리고 현재 샌디에이고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올 시즌이 끝난 후에는 김하성이 FA 자격을 갖추는 까닭에 다시 한번 김하성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에 따르면 현재 메이저리그 17개 구단이 김하성에게 관심을 갖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중이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 또한 김하성과 관련된 트레이드 문의가 쏟아진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유격수는 물론 2루수와 3루수까지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하성의 가치는 미국 현지 복수 언론에서 1억 달러(약 1336억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잰더 보가츠./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러한 가운데 김하성의 가치가 다시 한번 상승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바로 유격수로의 복귀다. 쉴트 감독은 지난 17일 투수-포수에 이어 야수진들이 모두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뒤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김하성을 유격수로 복귀시키고, 지난해 FA를 통해 영입한 보가츠를 2루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선수 당사자들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었다.

'MLB.com'은 "지난해 오프시즌 샌디에이고와 11년 계약을 맺은 보가츠가 유격수로 이동했다. 2023년 보가츠는 수비적으로 견고했지만, 샌디에이고는 야구계에서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인 김하성으로부터 최대한의 가치를 얻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며 "계획이 최종 확정된 것은 보가츠가 도착한 직후이자 첫 완전체 훈련을 앞둔 금요일(한국시각 17일) 아침이었다"고 밝혔다.

보가츠는 샌디에이고로 이적했을 당시 유격수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유격수 자리는 절대로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사였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꽤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MLB.com'은 "보가츠는 이를 받아들이는데 '15초'가 걸렸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보가츠 또한 "내가 샌디에이고 온 유일한 이유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것이다. 이게 우승을 위한 방법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우승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잰더 보가츠와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MLB.com'은 "샌디에이고는 보가츠와 계약을 맺었을 때 2023시즌에는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보장했다. 이후에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보가츠는 평균 이상의 OAA +3을 기록했다. 그러나 김하성은 2022년 유격수로 평균대비 8개의 아웃카운트를 더 잡을 정도로 가치가 있었고, 2023년에는 유틸리티로 +9의 가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가츠는 "나는 수비적으로 김하성을 존중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를 많이 존경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 크다. 지난해 공격적인 면에서 '커리어로우'에 가까운 시즌을 보낸 보가츠가 수비의 부담을 덜어내고 공격력에서 기존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샌디에이고가 경기력이든, 트레이드 카드로든 김하성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겠다는 의도도 포함이 돼 있다. 2024시즌 트레이드 마감에 앞서 '유격수 김하성'을 비싼값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하성의 입장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좋은 일이다. FA를 앞두고 있는 만큼 유격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까닭이다. 유격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경우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노려볼 수도 있다. 그동안 지난해를 제외하면 줄곧 유격수로 활약해 왔고, 오프시즌에도 다양한 포지션을 준비한 만큼 유격수로 이동하는 것이 결코 부담은 아니다. '3739억의 사나이' 보가츠가 인정한 김하성이 올해 얼마나 자신의 가치를 키울 수 있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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