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미야자키(일본) 박승환 기자] "예전의 행복했던 기분을 다시 한번"
두산 베어스 이영하는 29일 일본 미야자키현 산마린 타디움에서 치바롯데 마린스 1군과 연습경기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늘의 이영하의 등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일본에 도착한 직후에도 비로 인해 한차례 등판이 연기됐는데, 이날 또한 새벽부터 멈추지 않고 내린 비의 영향으로 인해 선발 등판이 불발됐다. 이로 인해 이영하는 산마린 스타디움의 실내 체육관에서 불펜 피칭으로 실전을 대체했다.
야속한 하늘로 또다시 선발 등판이 불발된 이영하는 훈련 일정이 종료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레인 맨인 거 같다. 어제 날씨를 보고) 포기를 했었다. 너무 확실하게 비가 온다고 예보가 돼 있더라. 그래서 피칭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왔다"고 하소연 하면서도 "스케줄이 조금 꼬이는 면이 있는데, 그래도 코치님들께서 잘 맞춰 주시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이영하는 모처럼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이유는 지난 2022시즌 중 불거진 '학교폭력' 논란 때문이었다. 당시 이영하는 21경기에 등판해 6승 8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 중이었는데, 선린인터넷고 시절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8월부터 자취를 감추게 됐다. 사실 이영하는 이전부터 학교폭력에 대한 의혹을 받아왔는데, 당시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해당 내용을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하게 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고 의혹을 털어낼 때까지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로 인해 이영하는 2023년 연봉 협상에도 임하지 못했고, 당연히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지도 못했다. 법정 다툼으로 인해 선수단과 동행을 할 수 없었던 이영하는 홀로 시즌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영하는 긴 법정공방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제4단독 정금영 판사는 지난해 5월 31일 1심에서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린 이영하는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미뤄졌던 연봉 계약에 사인했고, 6월 3일 KT 위즈를 상대로 복귀전을 갖는 등 지난해 36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49의 성적을 남겼다. 평균자책점을 놓고 보면 분명 아쉬운 시즌이었지만, 구단과 함께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야구공을 손에 넣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는 분명 값졌다. 그리고 올해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영하는 "일단 마음이 가장 편하다. 코로나19와 개인적인 일로 인해 최근 3~4년 동안 제대로 시즌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만큼 신경을 썼기 때문에 마음적으로 자신감이 더 있다. 예전에는 개막전이 다가오면 불안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불안함보다는 빨리 시즌이 시작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현재 페이스는 어떨까. 이영하는 "몸은 너무 좋다. 호주에 도착한 뒤 2주 동안은 페이스가 쭉 올라왔다. 이후에 조금 페이스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타이밍이 정말 좋다. 이제는 페이스가 올라올 일만 남았다. 시범경기가 시작될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그동안 했던 것들이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즌이 시작됐을 때 페이스가 100%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즌은 길다. 분명 작년, 재작년보다는 훨씬 더 좋은 상태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몸이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영하는 지난 2019년 29경기에 등판해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활약,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아쉬운 모습을 내비치며 선발의 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불펜 투수로 보직을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한번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한다. 정말 큰 변수가 없다면, 이영하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합류해 정규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영하는 선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솔직히 일본에 와서는 감독님께서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상치 못한 답을 꺼냈다. 이유는 페이스가 떨어진 것과 연결됐다. 그는 "어느 타이밍에 페이스를 떨어뜨려야 할까. 아무래도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페이스를 떨어뜨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감수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전력 피칭도 하지 않다 보니, 구속이나 메커니즘에서 감독님께서는 아마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뚜껑을 열어보면 다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만큼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시즌을 제대로 준비했기에 자신감이 있다. '17승 에이스'의 모습은 힘들 수 있지만, 15승은 챙기겠다는 이영하의 목표다. 그는 "일단 선발이 되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설령 선발 경쟁에서 밀려나서 중간에서 던지더라도 또 다른 목표는 생길 것이다. 사실 재작년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이제 17승은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기분은 안다. 정말 날아갈 것 같고, 엄청 행복했다. 과거는 잊고, 15승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예전의 행복했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영하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던 2019시즌처럼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일단 분명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장 탄탄하게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야자키(일본)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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