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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10억원)의 초대형 계약이 결코 '오버페이'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단 두 경기 만에 실력으로 증명해 나가고 있다. 비록 시범경기이지만, 이정후의 빅리그 첫 홈런의 제물이 된 투수도 이정후의 능력을 인정했다.
이정후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맞대결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2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시범경기 성적은 2경기에서 6타수 3안타 타율 0.500, 3일 세 경기 연속 안타를 포함했을 때는 0.444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22시즌 타격 5관왕에 이어 정규시즌 MVP로 선정, 7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40을 마크, 각종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2022-2023년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흉년'으로 불릴 정도로 눈에 띄는 선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 맞물리면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입성에 도전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매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좌타자 외야수가 필요한 구단이라면 모두가 이정후를 주목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절반 이상의 구단들이 이정후를 주목했다. 그러나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수준 차이로 인해, 빅리그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국 현지 복수 언론들은 이정후가 5000만 달러(약 669억원)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5000만 달러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흔히 '특급'으로 불리는 선수들이 받는 '1억 달러(약 1337억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후의 결과는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모두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계약을 체결했던 까닭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이정후를 내셔널리그 올해의 유망주 후보로 선정할 정도로 기대감을 드러냈다면, '디 애슬레틱'의 경우 이정후의 큰 몸값에 물음표를 다는 모습이었다. 이정후가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정후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묵묵히 2024시즌을 준비했고, 현재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아오르고 있다. 가벼운 옆구리 통증으로 몇 경기 결장했던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가졌다. 그리고 한 경기 만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정후는 첫 번째 타석에서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의 '특급유망주'이자 지난해 13승을 수확하며 '에이스'로 발돋움해 나가고 있는 조지 커비와 맞붙었다.
이정후는 매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커비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쳐내며, 빅리그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안타를 시작으로 시애틀의 마운드를 두들겼고, 무려 5점이나 뽑아내는 빅이닝을 만들었다. 이후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3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쳤지만, 이에 'MLB.com'은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는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과 경기에서 리드오프로 안타를 생산하며 테이블 세팅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1일 경기에서 이정후는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정후는 2019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56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지명을 받고,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 동안 통산 9승을 기록 중인 라인 넬슨과 격돌, 다시 한번 유망주를 무너뜨렸다. 이정후는 0B-2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서 넬슨의 3구째 81.6마일(약 131.3km) 몸쪽 낮은 코스의 커브를 공략,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터뜨리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비록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지만, '리드오프'로서 다시 한번 테이블 세팅 능력을 선보인 것.
이정후의 방망이가 폭발한 것은 두 번째 타석. 이정후는 0-2로 뒤진 3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다시 한번 넬슨과 맞붙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2B-1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넥슨이 던진 4구째 94.7마일(약 152.4km)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쏠리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정후는 힘껏 방망이를 돌렸고, '스윗스팟'에 맞은 타구는 무려 109.7마일(약 176.5km)의 속도로 418피트(약 127.4m)를 비행한 뒤 우측 담장을 넘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정후는 타격 직후 홈런임을 직감하지 못한 듯 전력으로 내달렸으나, 타구가 넘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원정경기 임에도 불구, 솔트리버 필즈에는 팬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솔트리버 필즈에서 가장 큰 소리가 이정후의 방망이에서 나왔다"며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수준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다. 심지어 컨택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이정후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장타력까지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물론 정규시즌의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정후의 모습은 '오버페이'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활약. 사령탑도 이정후의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좋은 출발을 끊었다. 그렇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직구와 변화구까지 이정후는 모든 공을 대처하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국 언론, 멜빈 감독 외에도 이정후를 인정한 이가 있었다. 바로 2루타와 홈런을 맞은 넬슨이었다. 이날 넬슨은 3이닝을 던지는 동안 2개의 피안타를 허용했는데, 이 모두가 이정후에게 맞은 안타와 홈런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에 따르면 넬슨은 "나는 이제 이정후가 꽤 좋은 선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는 반드시 2B-1S에서 이정후에게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던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단 두 번의 맞대결 만에 상대 투수로부터 리스펙을 이끌어낸 이정후. 그리고 이정후는 3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맞대결에 다시 한번 선발 출전해 아버지 이종범 코치가 지켜보는 앞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세 경기 연속 안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이정후의 빅리그에서 시작이 예사롭지 않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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