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요 며칠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핑계 삼아 며칠 기타 연습을 쉬었다. 그랬더니 뭐든 좀 뚱땅거리고 싶어졌다. 매일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귀찮고 버거운 날도 많았는데, 막상 며칠 안 했더니 좀이 쑤셨다.
평소 선생님이 내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기타를 좀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이다. “제발 좀 막 쳐요.” 선생님 외침이 연습 때마다 귓가에 맴돈다. 그런데 말이 쉽지 내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최근 한두 달 툭 하면 몸살감기가 돋는 바람에 기타를 보고만 있는 날이 생겼다. 부쩍 심해진 허리 통증에 몸살감기까지 더해지니 몸을 일으켜 앉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기타를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이 짜증 나서 내 몸뚱이를 저주했다.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해도 모자란 마당에 몸이 쑤시다고 이러고 있으니 짜증이 날 대로 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 주간 연습이 즐겁지 않았다. 기타 선생님 말에 나는 의무감으로 매일 연습했다. 어느새 연습이 꽤나 버겁게 느껴졌다.
무엇이든 편해지려면 익숙해져야 하고 그러려면 자주 접해야 한다. 그게 꼭 매일 연습은 아니겠다. 오히려 연습 강박에 벗어나 며칠 가만히 기타를 보고 있자니 뭐든 뚱땅거리고 싶어졌다. 기타와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동안 나는 “기타를 편하게 생각하라”는 선생님 말에 ‘기타를 잘 치려면’이라는 전제를 덧붙여 생각했다. 즉 ‘기타를 잘 치다’에 방점을 뒀다. 그게 아니다. 기타를 잘 치려면 편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생각해야 잘 칠 수 있다. 의무감에 하던 연습을 쉬는 날이 이어지자 깨달음이 왔다.
지난 수업에서는 선생님 박자에 맞춰 스트로크를 치는데 제법 따라 했다. 칭찬에 박한 기타 선생님도 “스트로크만 보면 이제 기타 배운 티가 좀 난다”고 했다.
기타를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나는 중요한 걸 또 하나 잊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기타를 배우기로 한 목적이다. 나는 남은 평생 좀 더 즐겁게 살기 위해 취미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즐겁게 살기 위해’이다. 그런데 자꾸 이 사실을 까먹고 스스로 들들 볶고 있었다.
즐기자. 기타를 뚱땅거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사실 자체를. 이제 조금 뚱땅거릴 수 있음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기타를 편하게 대하는 데 한층 가까워졌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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