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우리도 작년에 느껴봤잖아요"
2015년 김태형(現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잡은 첫해부터 2021년까지 KBO리그의 절대강자는 두산 베어스였다. 두산은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고, 그 가운데 세 차례(2015, 2016, 2019)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반지를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더할나위 없는 팀 성적과 함께 선수 개개인도 훌륭한 커리어를 쌓은 결과는 '전력유출'이었다. 이로 인해 두산은 2022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시작, 60승 2무 82패 승률 0.423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10개 구단 체제가 구축된 이후 두산이 9위로 떨어진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 결과 두산은 충격적인 시즌이 종료된 후 계약 기간이 만료된 김태형 감독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국민타자'로 불리던 이승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겼다.
두산에 생긴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과정에서도 매년 전력이 약해졌던 두산은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바로 2018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곰탈여우' 양의지의 복귀를 이끌어낸 것이었다. 두산은 4+2년 최대 152억원이라는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양의지의 자존심을 제대로 살려줬다.
양의지는 단순한 플레이어, 포수 이상의 가치를 지닌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 두산은 이승엽 감독에게 제대로 된 '취임선물'을 안겼고, 이는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직전 시즌을 9위로 마치면서 떨어져 있는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 결과 이승엽 감독은 74승 2무 68패 승률 0.521의 성적을 거두며, 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로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양의지를 영입하면서 포스트시즌 복귀에 성공한 두산과 비슷한 팀이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올 시즌 스토브리그의 최대 승리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2022-2023년 스토브리그 전부터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채은성을 영입하는 등 조금씩 전력을 다져나가던 한화는 이번 겨울에도 바쁘게 움직였다. FA 시장에서 4+2년 총액 72억원에 안치홍을 영입, 2차 드래프트에서 베테랑 김강민을 품었다. 그리고 SSG 랜더스에서 방출을 흼아한 이재원까지 품에 안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화가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지난달 20일.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계약이 지지부진하던 가운데 한화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복귀를 전격 이끌어낸 것. 한화는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의 계약을 통해 류현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는 양의지가 보유하고 있던 KBO리그 역대 최대 계약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류현진은 2022시즌 중 토미존 수술을 받았으나, 2023시즌 8월 마운드로 돌아와 11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을 거두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경쟁력을 뽐냈다. 물론 확언할 수는 없지만, 건강하게 시즌을 보낸다면 10승 이상은 충분히 수확해줄 수 있는 투수. 한화의 전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류현진의 복귀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지난 몇년 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던 한화가 '성적'을 목표로 달리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양석환은 류현진의 복귀에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번 겨울 FA 자격을 통해 두산과 4+2년 최대 78억원의 계약을 맺은 양석환은 먼저 류현진과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 (류)현진이 형이 작년 11월부터 국내로 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지 않나. 당시에는 '설마 안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가 많이 됐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유는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류현진과 맞대결을 가져본 경험이 없었던 까닭. 양석환은 2015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는데, 당시 류현진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양석환은 "내가 은퇴하기 전 (류)현진이 형의 공을 한 번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오래 뛰게 되면 '공을 쳐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좋은 투수를 상대한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커리어 동안 류현진과 맞대결은 없었던 양석환. 하지만 "현진이 형"이라고 부를 만한 이유가 있다. LG 트윈스 시절 몇 차례 류현진과 마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LG에 있고, (류)현진이 형이 LA 다저스에 있을 때 비시즌에 잠실에서 운동을 많이 하셔서 오다가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겨울에 메디컬 체크를 할 때도 병원에서 한 번씩 만나면서 인사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양석환은 개인적으로 류현진의 복귀를 반겼지만, 팀 입장에서는 '코리안 몬스터'의 귀환을 경계했다. 그는 "팀적으로 보면 반대다. 한화가 이번 겨울 워낙 보강도 많이 했고, 그동안 경험도 많이 쌓았지 않느냐. 그런데 (류)현진이 형까지 왔다. 단순히 '더 좋아졌다'는 것보다 현진이 형이라는 큰 선수의 파급력이 크다. 기존에 있는 선수들은 '드디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게, 단체 운동에서는 굉장히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석환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지난해 양의지의 복귀 효과를 몸소 느꼈던 까닭. 양석환은 "한화에 있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런 부분에서 자신감들이 보이더라. '이제는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그래서 상대팀 임장에서는 조심스럽다"며 "우리도 작년에 (양의지의 복귀로) 그런 분위기를 느껴보지 않았나. 한화 선수단 내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투수가 없을 것이다. 올해 한화가 정말 다크호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류현진이 한화로 복귀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프시즌 큰 계약을 맺은 만큼 30홈런 100타점이라는 개인 목표와 함께 '우승'을 외쳤다. 그는 "목표는 그동안 너무 많이 말을 해왔다. 30홈런 100타점이다. 스스로 20홈런 80타점은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치가 목표가 되면 안주할 수도 있다. 잠실에서 30홈런 100타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기록이기 때문에 은퇴하기 전까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작년에 LG가 우승을 했던 것처럼 올해, 내년에는 꼭 우리가 마지막 무대에서 웃으면서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며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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