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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단 1년 만에 KBO리그를 평정한 에릭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가졌다. 1실점을 기록하며 완벽한 투구 내용은 아니었지만, 3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등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남겼다.
페디는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의 다이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에인절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페디는 지난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2017년 처음 빅리그에 입성했다. 당시 페디는 시범경기 5경기(3선발)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29로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된 이후 성적은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9.39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워싱턴의 선택을 받은 '특급유망주' 출신 답게 페디는 조금씩 기회를 늘려가며 입지를 다져나갔다.
페디는 이듬해 11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점 5.54를 마크, 2019시즌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등 21경기(12선발)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4.50의 성적을 남겼다. 페디가 본격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찬 것은 2021시즌이었다. 페디는 29경기(27선발)에 나서 7승 9패 평균자책점 5.47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그리고 2022년에도 27경기에 등판해 127이닝을 소화했는데,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1로 아쉬움을 남겼고, 그해 겨울 워싱턴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페디 입장에서는 워싱턴에서의 방출은 매우 충격적이었을 터. 이때 발빠르게 움직인 구단이 있었다. 바로 NC 다이노스였다. NC는 페디가 워싱턴과 결별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연락을 취해 러브콜을 보냈다. 페디는 "시간을 달라"며 고심의 시간을 가졌고, 마침내 총액 100만 달러에 KBO리그 무대를 경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두 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페디는 그야말로 KBO리그를 폭격했다.
페디는 지난해 4월 무려 6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0.47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당시 월간 MVP와는 연이 닿지 못했지만, 타이틀을 품어도 이상하지 않을 성적이었다. 후 5~6월에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모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는 등 개인 9연승을 질주했다. 페디는 8월 평균자책점 4.50으로 잠시 삐끗했지만,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섰고, 9월 4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66, 10월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02의 성적을 거두며 NC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페디는 정규시즌 30경기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의 엄청난 성적을 거뒀는데, '국보' 선동열과 '코리안몬스터' 류현진 등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20승-200탈삼진의 고지를 밟으며 정규시즌 MVP 타이틀까지 품에 안았다. 페디의 엄청난 활약에 빅리그 구단들은 페디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6일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199억원)의 계약을 통해 1년 만에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게 됐다.
그동안 스프링캠프를 통해 시즌을 준비해 오던 페디는 4일 에인절스를 상대로 첫 등판을 가졌다. 일단 페디의 스타트는 썩 깔끔하지 않았다. 페디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애런 힉스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곧바로 놀란 샤누엘에게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맞았고, 이는 실점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이후 안정을 찾은 페디는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 처리한 뒤 앤서니 렌던에게는 볼넷을 기록했으나, 테일러 와드-브랜든 드루리로 이어지는 타선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두 번째 이닝에서도 위기를 잘 넘겼다. 페디는 선두타자 로건 오하피를 3루수 땅볼, 제이크 매리스닉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다. 이후 잭 네토와 힉스에게 또다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 3루 위기에 몰렸으나, 이번에는 샤누엘을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면서, 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매 이닝 위기 상황에 몰렸던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지만, 메이저리그 '간판타자' 트라웃을 비롯해 세 개의 삼진을 뽑아낸 것은 또 긍정적인 요소였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페디는 "대단히 잘 던졌다"고 자신의 투구를 돌아보며 "나는 이번 봄 내내 스위퍼와 씨름해 왔다. 오늘은 좋았지만, 반대로 커터가 좋지 않아서 좌타자들이 좋은 타격을 했다. 그래도 내 투구가 점점 더 날카로워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모든 미세한 조정을 통해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과연 페디가 KBO리그를 평정했던 모습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 불안함과 가능성이 공존했던 페디의 첫 등판이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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