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22년 노경은(41, SSG 랜더스)은 역대 KBO리그 최고의 인생역전남이다. 2024년, 서건창(35, KIA 타이거즈)이 노경은 케이스를 뒤따라가면 초대박이다.
노경은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던 2018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으나 계약하지 못했다. 2018시즌에 33경기서 9승6패 평균자책점 4.08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와 노경은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노경은은 1년간 쉬어야 했다.
노경은은 우여곡절 끝에 2019-2020 FA 시장에서 2년 11억원 계약으로 컴백했다. 그리고 2년간 썩 빼어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특히 2021시즌에 14경기서 3승5패 평균자책점 7.35로 무너지면서 롯데와의 인연이 끝났다.
그러나 노경은은 38세 시즌에 다시 한번 이적했다. SSG 랜더스였다. 강화에서 테스트를 거쳐 ‘감격의 이적’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2년에 초대박을 터트렸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41경기서 12승5패7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3.05를 찍었다.
모든 사람이 노경은을 불혹을 앞둔, 한 물 간 베테랑 투수로 여겼다. 그러나 SSG는 노경은의 부활 의지를 읽었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 비중이 높았고, 시즌 중반 이후 불펜으로 옮기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으나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구위가 젊을 때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노경은은 2022시즌에 포심, 슬라이더, 스플리터, 투심 커브를 팔색조처럼 10~20%대 비율로 섞어 대성공했다. 각 구종별 피안타율이 3할대에서 2할대로 뚝 떨어졌다. 30대 후반~40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SSG는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KBO리그에 재기상이 있다면, 2022년은 틀림없이 노경은과 박병호(38, KT 위즈)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박병호도 키움 히어로즈에서의 부진을 털고 KT에서 맹활약하며 성공시대를 다시 열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낀 노경은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2023시즌에는 노경은이나 박병호처럼 눈에 띄는, 극적인 재기 케이스가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2024년에는 노경은이나 박병호 케이스가 나올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가능성을 점치는 건 대단히 어렵다. 단, 스토리를 갖춘 후보는 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서건창(35).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에서 최근 2~3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어느덧 FA 4수생 신분이다. 넥센 시절 자신을 중용한 염경엽 감독과의 재회도 소용 없었다. 결국 LG에 ‘셀프 방출’을 요청한 뒤 고향팀 KIA 입단을 택했다.
노경은처럼 1년 쉬다 돌아온 건 아니지만, 어쨌든 방출 신분까지 갔다가 새 직장을 찾은 것까지는 비슷한 전개다. 서건창은 1년 쉬지만 않았을 뿐, 마음고생으로만 따지면 노경은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서건창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연일 맹타다. 3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4일 KT 위즈전까지 5연타석 안타를 기록했다. 이번 스프링캠프 3경기서 9타수 5안타 타율 0.556 1득점으로 호조다. 물론 표본도 적고 연습경기일 뿐이지만, 타구의 질이 넥센 시절 전성기를 보는 듯했다.
안타가 좌, 우, 중간으로 고루 나왔다. 밀고 당기는 타격이 자유자재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아직 시즌의 뚜껑은 열리지도 않았다. 현 시점에서 재기 여부를 논하는 건 너무 성급하지만, 그래도 기대하는 팬이 많은 건 사실이다. 201안타 MVP라는 커리어가 어디로 도망가는 건 아니다.
서건창이 올해 멋지게 재기하고,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보탬이 된다면, 2022년 노경은만큼 ‘감동적인’ 재기 케이스로 남을 것이다. 마침 KIA는 올해 LG 트윈스, KT 위즈와 함께 3강으로 꼽힌다. 2년 전 SSG처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까지는 못해도, 좋은 흐름을 타면 대권 도전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제2의 노경은 케이스가 올해 KIA에서 나올까. 변수는 너무나도 많다. 그래도 KIA 팬들로선 상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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