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 반대 스타일의 이의리와 윤영철의 투구를 보는 건 행복하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에이스 윌 크로우(30)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다른 투수들의 투구를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고 했지만, 유독 좌완 영건 이의리(22)와 윤영철(20)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특히 크로우는 유망한 두 왼손 영건의 투구 스타일이 정반대인 걸 파악하자 흥미롭게 지켜봤다. 이의리에겐 새롭게 익히는 스플리터를 구사할 때,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영철에겐 피네스피처인만큼, 피치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크로우만 두 왼손 영건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게 아니다. 캔버라 캠프 불펜에선 이의리와 윤영철의 ‘변신’이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의 성공 여부만큼 화두였다. 두 사람은 올 겨울 큰 변화를 꾀했다. 이들과 가장 많이 호흡하는 주전포수 김태군이 대견하다고 할 정도였다.
발단은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서의 1개월 훈련이었다. 두 사람의 투구 매커닉을 정교하게 데이터화해 최상의 매커닉, 구종, 피치디자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아울러 KIA는 실제 드라이브라인에서만 쓰는 초고속카메라를 구입, 캔버라에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1초 단위의 움직임을 500분의 1로 쪼개 촬영, 피드백의 도구로 활용했다.
그 결과 이의리는 체인지업 그립을 바꾸고 있다. 정재훈 투수코치에 따르면 이전 체인지업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이의리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를 택했다. 아울러 크로우의 지적대로, 스플리터를 익히고 있다.
윤영철은 투구폼도 교정 중이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 지적대로 글러브에서 양 손이 분리되는 타이밍을 늦췄다. 자유발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시점까지 충분히 기다리면서, 공에 힘을 실었다. 구속이 빠르지 않은 윤영철은 데이터를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글러브에서 두 손이 빨리 분리되면 구종이 빨리 노출된다는 김태군의 지적도 있었다. 그리고 컷패스트볼을 익히고 있다. 커브도 작년부터 계속 다듬고 있다.
두 사람은 3일 롯데 자이언츠전, 4일 KT 위즈전서 나란히 스프링캠프 첫 실전 등판을 했다. 이의리는 KT를 상대로 2이닝 2피안타 3탈삼진 1사구 무실점했다. 패스트볼 최고 147km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새로 익히는 스플리터는 던지지 않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그립을 바꾼 체인지업이다. 최고구속이 130km, 평균 126km이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의리의 작년 체인지업 평균구속은 132.8km였다. 평균 7km 정도 차이가 있었다. 아직 손에 완벽히 익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그래도 패스트볼 최고 147km를 찍으면서, 컨디션 자체는 매우 좋다는 걸 증명했다.
윤영철은 하루 앞선 롯데전서 구원 등판했다. 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1사구 3실점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에 커터도 던졌다. 커브와 커터를 2개, 1개 구사하는데 그쳤지만, 커브를 118km까지 ‘더 느리게’ 떨어뜨렸다. 커터는 138km가 나왔다.
가장 고무적인 건 패스트볼이 141km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작년 윤영철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37.6km였다는 걸 감안하면 비약적 발전이다. 정작 본인은 스피드업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투구 자세를 교정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에 위력이 실린 결과로 해석된다.
두 좌완 영건은 엄연히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이미 충분히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왔고, 매력도 상당했다. 변화는 부작용을 두려워해선 완성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안 그래도 무서운데 더 무서워질 수 있다. 당장 올해 KIA 선발진의 전체적인 무게감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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