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상상 속의 모습이 현실이 되다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한화는 지난 2018년 이후 5년 동안 가을야구(포스트시즌)를 경험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15년 동안 가을에 야구한 횟수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2018년 3위에 오른 이후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고 지난 시즌은 9등으로 겨우 최하위를 면했다. 한화의 성적은 매년 최하위였지만 한화 팬들은 '마리한화'로 불릴 만큼 열정적은 응원을 보내기로 유명하다. 야구 성적과 상관없이 너그럽고 긍정적인 응원 문화를 보여주기에 우리는 그들을 '보살팬'이라 부른다.
매년 가을이면 남의 집 야구 축제를 봤던 한화 팬들이지만 올 시즌은 다를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하다. 그 이유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에 입단해 신인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석권하며 입단 첫해부터 괴물 투수로 불렸다. 2012년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난 그가 미국에서 11년간 선발 투수로 통산 78승을 거둔 뒤 12년 만의 KBO리그로 돌아왔다. 그리고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을 통해 11년 5개월, 4172만에 대전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은 선발 등판을 앞두고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했다. 그런데 불펜 투구를 함께 소화한 투수가 문동주였다. 이날 연습경기에서 류현진 상대 투수가 문동주였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은 "큰 의도는 없다. 스케줄을 구성하다 보니까 이동일과 휴식일이 있어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라고 했지만, 두 선수가 함께 투구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였다.
36살 류현진은 리빙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최고의 투수고, 20살 문동주는 지난 시즌 류현진 이후로 17년 만에 한화 선수로 처음 신인상을 받은 투수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존재감을 뽐내며 국가대표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불펜 투구를 하던 류현진과 문동주는 서로를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만 시선이 갔다. 문동주는 바로 옆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보며 감탄했고, 류현진도 불펜 투구를 마친 뒤 문동주 뒤에서 차세대 에이스의 투구를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범경기가 시작되기도 전 한화 팬들은 두 선수가 함께 불펜 투구를 하는 '소장각' 투샷을 접하게 됐고,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올 시즌 한화는 류현진과 문동주가 있기에 가을야구를 꿈꾼다.
한편 이날 청백전에서 류현진은 3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고, 문동주는 3이닝 2피안타 1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 투구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류현진과 문동주가 선발 등판하기 전 불펜 피칭을 함께 하고 있다. 대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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