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LG 트윈스의 '토종에이스'라고 불리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임찬규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무려 7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5이닝을 단 2실점으로 막아냈다.
임찬규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스페셜게임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동안 투구수 65구,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지난 2022년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던 임찬규는 23경기에 출전해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이로 인해 임찬규는 FA 신청을 1년 미뤘다. 그런데 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임찬규는 지난해 30경기에서 144⅔이닝을 소화하며 꿈에 그리던 '규정이닝'을 채운 것은 물론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3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특히 임찬규는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LG가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고, 지난해 12월 20일 FA 자격을 통해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의 계약을 통해 LG에 잔류하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샌디에이고와 맞대결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자, 토종 선발 투수에게 귀중한 경험을 안길 뜻을 드러냈고, 이에 임찬규를 낙점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9일 "(임)찬규든 (최)원태든 국내 선수만 기용하려고 했다. 국내 선수로 싸우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메이저리그 구단과 경기하는데, 외국인 투수가 나가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투수는 야구 경기에 있어서 상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내 선수를 쓰려고 했다. 처음에는 원태를 쓰려고 했는데, 날짜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찬규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투구는 염경엽 감독이 임찬규에게 샌디에이고전의 선발로 내세운 이유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임찬규의 투구는 초반부터 '압권'이었다. 임찬규는 1회 선두타자 잰더 보가츠를 상대로 1B-2S에서 4구째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바깥쪽 낮은 쪽으로 떨어지는 79.5마일(약 127.9km) 체인지업을 던져 삼진을 솎아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임찬규는 이어나온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상대로는 6구 승부 끝에 79.1마일(약 127.3km) 체인지업으로 두 번째 삼진을 뽑아내더니, 후속타자 제이크 크로넨워스 또한 4구째 80.7마일(약 129.9km) 체인지업을 통해 삼진 처리하며 'KKK' 이닝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투구였다.
이날 투구중 가장 아쉬운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2회였다. 임찬규는 2회초 수비가 시작됨과 동시에 선두타자 매니 마차도에게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아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여기서 '어썸킴' 김하성과 맞대결을 갖게 됐는데, 6구째 77.9마일(약 125.4km)의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좌중간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임찬규는 주릭슨 프로파를 2루수 뜬공으로 묶어낸 뒤 에구이 로사리오를 79.5마일(약 127.9km) 체인지업으로 삼진, 카일 히가시오카 또한 80.8마일(약 130km)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하며 순항을 이어갔다. 그리고 다시 분위기를 타더니 임찬규는 3회초 타티스 주니어에게 안타, 크로넨워스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이날 두 번째 위기에 몰렸으나, 후속타자 마차도를 묶어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3회까지 5개의 삼진을 뽑아낸 임찬규는 계속해서 삼진쇼를 이어갔다. 임찬규는 4회초 다시 만난 김하성을 삼진으로 묶어내며 이닝을 출발 2사 2루의 위기를 막아냈고, 5회초에는 선두타자 메릴 잭슨을 폭포수 커브로 삼진 처리하는 등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었고,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낸 뒤 정우영에게 바통을 넘기고 교체됐다.
전날(17일)부터 KBO리그에 소속된 투수들이 메이저리거들을 상대로 매우 선전하는 모습이다. 키움의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는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를 모두 삼진으로 묶어냈고, 팀 코리아는 샌디에이고의 '간판타자' 매니 마차도를 상대로 무려 네 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이날은 임찬규가 7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샌디에이고 타선을 상대로 매우 훌륭한 투구를 선보였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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