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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과 마쓰이 유키./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라이벌이지만, 함께 잘했으면 좋겠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LA 다저스와 맞대결에 앞서 26명으로 구성된 로스터를 공개했다. 이제는 샌디에이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난 김하성은 당연히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번 겨울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된 고우석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빅리그 진출 과정부터 참 다사다난한 고우석이다. 고우석은 지난해 겨울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2023시즌을 치는 동안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빅리그 구단이 고우석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에 고우석은 고심 끝에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어 보기로 결정했다.
당초 LG 트윈스는 양 측이 만족할 만한 규모를 '허락' 조건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고우석의 계약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고우석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고우석은 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샌디에이고와 2년 동안 450만 달러(약 60억원)를 보장받고, 옵션이 발동될 경우 최대 940만 달러(약 126억원)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1차 지명을 받고 데뷔한 고우석이 7시즌 동안 354경기에 등판해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특히 2021시즌에는 61경기에서 무려 42개의 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평균자책점 1.48로 활약했던 만큼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이 확정된 이후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을 늘어놓았다. 샌디에이고의 마무리였던 조쉬 헤이더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한 까닭.
고우석과 경쟁자로 꼽힌 선수는 이번 겨울 5년 2800만 달러(약 375억원)의 계약을 통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200세이브의 기록 보유자 마쓰이 유키, 과거 한신 타이거즈 시절 2년 연속 세이브왕 타이틀을 품에 안은 로버트 수아레즈, FA 시장에서 4년 1650만 달러(약 221억원)의 계약을 통해 영입한 완디 페랄타까지 '4파전'으로 예상됐다. 이들 모두 마무리의 경험이 있었던 까닭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쓰이 유키./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2024년 3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 LG 트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 열렸다. 9회말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역투하고 있다./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가장 먼저 선을 보인 것은 마쓰이였다. 마쓰이는 지난달 23일 열린 LA 다저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개빈 럭스-크리스 오윙스-앤디 파헤즈를 상대로 압권의 'KKK' 이닝을 선보였다. 그런데 마쓰이가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허리 통증으로 공백기를 갖게 된 것. 동료의 부상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쟁이 불가피한 고우석의 입장에서는 분명 기회였다. 고우석은 마쓰이가 이탈한 가운데 지난 1일 데뷔전을 갖게 됐고,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후 고우석은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1이닝 1실점으로 아쉬움을 내비쳤으나, 세 번째 등판에서 다시 한번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나쁘지 않은 흐름을 이어나갔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⅓이닝 5실점(5자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남겼던 것. 다행히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고우석은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31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한국에서 다시 한번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고우석은 지난 18일 '친정' LG와 맞대결에서 5-2로 앞선 9회 세이브 찬스에서 등판 기회를 가졌다. 고우석은 미국에서보다 더 빨라진 구속을 뽐내며 투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고우석은 세이브를 손에 넣었지만, 이재원에게 투런홈런을 맞는 등 불안한 투구를 거듭했다. 이에 마이크 쉴트 감독은 고우석의 개막전 로스터 합류 여부에 말을 아꼈고, 이틀 뒤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결국 26명의 명단에서 고우석의 이름을 빼기로 결정했다.
쉴트 감독이 고우석은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 문을 열며 "고우석은 프로답게 잘 해왔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빌드업이 잘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불펜 투구를 지켜본 결과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에 고우석 또한 "쉽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상을 못하고 도전을 한 것도 아니었다. 아쉽긴 하지만, 또 준비 잘해서 올라와서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쓰이 유키./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러한 가운데 고우석과 빅리그 로스터의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던 마쓰이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일단 마쓰이는 서울시리즈 2경기에 등판해 1⅓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 1홀드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21일 서울시리즈 2차전에 앞서 '마이데일리'를 비롯한 몇몇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 응한 마쓰이는 "한국은 정말 야구 열기가 뜨거운 나라다. 대만에 가본적은 있지만, 한국은 처음이다. 데뷔하는 순간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하게 돼 굉장히 기념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응원 문화가 발전 돼 있지만, 한국의 응원 스타일에 깜짝 놀란 모양새. 마쓰이는 "(한국 팬들의 응원에) 깜짝 놀랐다. 내야석에서 이런 응원을 한다는 것은 몰랐다. 일본에서는 외야에서 응원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굉장히 놀랐고, 뜨거운 응원이었다"며 "일본의 경우에도 응원 소리가 큰 편이지만, 한국이 더 크더라"고 말했다.
고우석과 개막 로스터의 한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던 마쓰이, 까다로울 수 있는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했다. 마쓰이는 고우석의 이름을 듣자 "일본어를 굉장히 잘하는 선수"라고 미소를 지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꽤 사이가 가까워진 모양새였다. 이어 마쓰이는 "로스터 발표 이후 고우석과 따로 이야기한 것은 없었다. 나도 신인의 입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가야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내 입장에서는 고우석이 라이벌이지만, 함께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일단 마쓰이와 고우석은 따로 떨어져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불안한 투수 뎁스를 고려하면 고우석 또한 머지 않아 빅리그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마쓰이는 고우석이 빅리그로 돌아온다면,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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