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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이거 망했다'는 생각했는데…"
SSG 랜더스 최정은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정규시즌 개막전 홈 맞대결에 3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날 경기는 최정이 만든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날 최정은 1회말 1사 2루 득점권 찬스의 첫 번째 타석에서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을 상대로 139km 커터에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첫 안타가 나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정은 2-2로 팽팽하게 맞선 3회말 2사 2루에서 윌커슨의 초구 133km 몸쪽 슬라이더를 공략, 그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비거리 132m.
지난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이날 경기 전까지 458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었지만, 개막전에서 아치를 그린 것인 개인 통산 첫 번째였다. 그리고 이 홈런으로 최정은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 보유하고 있는 KBO리그 최다 홈런을 8개 차이로 좁혀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9개의 아치만 더 그리면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최정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정은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으나,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2사 2루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김상수를 상대로 승기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 최정의 타구는 롯데 2루수 오선진의 손을 맞고 튀어올랐는데, 이때 2루 주자였던 최지훈이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홈까지 전력질주한 끝에 만들어낸 타점이었다.
이날 SSG는 최정의 3타점 활약에 힘입어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하게 됐고, 이숭용 감독 또한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최정은 1회부터 타격감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고.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최정은 "오늘 첫 타석에서 공이 안 잡히더라. 시범경기 때와 정규시즌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을 못하겠다는 느낌이었다. 헤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이후 '이거 망했다'는 생각을 하는 등 정신이 없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최정의 직감과 달리 결과적으로 이날 타격감은 최고였다. 때문에 홈런을 친 후에는 주먹을 불끈 쥐기도. 그는 "첫 번째 타석에서 높다고 생각했던 볼이 다 스트라이크가 되더라. 그리고 마지막 유인구에 헛스윙이 됐다. '오늘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학습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높은 공에 정타를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윌커슨의 변화구가 실투가 됐다"며 "두 번째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마음 편하게 타석에 임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최정은 자신이 주인공이었지만, 리드오프로 밥상을 잘 차려준 최지훈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최정은 "(최)지훈이가 경기 전에 예언을 하나 했는데, 예언을 한 그대로 3타점을 하게 돼 기분이 좋다. 수훈 선수가 되면 상금을 반반 나누자고 했다"며 마지막 타석에서 최지훈의 득점에 대해 "나는 안타를 친 것에 만족을 하려고 했는데, 플레이가 계속해서 이루어지더라. 그래서 봤더니 (최)지훈이가 홈을 들어가더라. 지훈이가 '나만 믿어라'라고 했는데, 약속을 잘 지켜줬다. 진짜 1번 타자로 좋은 역할을 했다. 오늘의 수훈 선수는 지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정은 이날 홈런으로 이승엽 감독과 통산 홈런 개수를 8개 차이로 줄였다. 올 시즌 남은 143경기에서 9개의 홈런만 추가하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2006년 이후 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부상이라는 변수만 없다면 기록 달성은 확실하다. 최정은 "기록은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올 시즌 목표가 10홈런인데, 대기록도 걸려 있어서 괜히 신경이 쓰일까 봐 걱정도 많이 했다"면서도 "사실 나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제 9개 남았으니, 하다 보면 기록은 만들어지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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