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나성범/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들으면 보고 싶기나 하지.”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확실히 츤데레 매력이 있다.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당시 선수들은 이범호 ‘타격코치’가 자신들에게 참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고 털어놨다. 특히 최원준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따뜻한 말을 많이 들었다며,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나성범/KIA 타이거즈
‘감독’ 이범호도 달라진 게 없다. 타자들은 이범호 감독이 여전히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타격에 대해 얘기도 해주고 대화도 나눈다고 했다. 몇몇 선수는 아직도 ‘코치님’이란 말이 입에 붙어서 조심한다고 했다. 감독이 코치 시절과 똑같이 자신들을 대하고 행동하니 더더욱 실수할 수 있다.
그런 이범호 감독은 경상도 사나이다. 대놓고(?) 면전에서 스윗한 말을 해주기 쉽지 않을 것이다. 캔버라 캠프 때 자주 다친 김도영에게 “철을 몇 개 박은거야”라고 한 건, 김도영에게 힘을 주는 한 마디를 해주려고 괜히 그렇게 대화를 시작한 것이었다. 츤데레 리더십의 실체다.
이범호 감독의 츤데레 성향이 또 드러났다. 지난 24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나성범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은 “업데이트 된 건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들으면 보고 싶기나 하지”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허벅지 재활 중인 나성범의 컨디션, 준비상태가 업데이트 되면 가장 빨리 보고를 받는 위치다. 그러나 애써(?)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만큼 나성범의 복귀가 간절하다는 ‘츤데레 화법’이다. 괜히 ‘보고 싶어 죽겠다’라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나성범을 데리고 있는 감독이라면, 당연히 나성범을 타선의 기둥 삼아 경기를 풀어가고 싶을 것이다. 이범호 감독이라고 다를 바 없다. 이범호 감독은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3성범’보다 ‘4성범’이 위력적인 이유를 디테일하게 설명했다. 나성범의 생산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타순구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티가 났다.
그런 나성범이 시범경기 막판 이탈하자 이범호 감독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부랴부랴 개막전서 기존 구상을 폐기하고 전임감독이 쓴 베스트라인업과 흡사한 라인업으로 돌아갔다. 나성범 없이 최소 2주간 버텨야 하고, 내부적으로 4월 내내 돌아오지 못할 것까지 각오하고 있다. 야수진 뎁스가 워낙 좋아서, 1달 정도 결장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선 상태다.
나성범/KIA 타이거즈
그래도 나성범이 있어야 이범호 감독이 지향하는 초기 라인업을 다시 가동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이범호표 공격야구가 구현될 수 있다. 누구보다 이범호 감독이 가장 바란다. 또 그래야 KIA가 전력을 극대화해서 순위다툼에 임할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본의 아니게 감독이 인내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특유의 ‘츤데레 화법’ 한 큰술을 끼얹었을 뿐이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