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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대중들은 오타니를 잘 모른다. 오타니도 미즈하라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28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 쇼헤이가 자신만큼 미스터리한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타이틀의 기사를 전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오타니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품는 논조였다.
오타니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 뒤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빅리그 무대를 밟은 뒤 자신과 줄곧 동행하며 '입과 귀'가 되어주던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임했다는 사실을 접한 것이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을 인지하게 된 배경은 이러하다.
미국 수사 당국이 오렌지카운티에서 활동하고 있던 불법 스포츠 도박 업자 매튜 보이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을 확인하게 됐다. 이에 수사 당국은 오타니 측에 확인 절차를 거쳤고, 오타니가 아닌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를 미국 'ESPN'이 알게 된 것. 이후 'ESPN'은 미즈하라와 약 90분 가량의 긴 인터뷰를 진행했고, 보도가 나오기 직전 미즈하라가 해당 사실을 털어놨던 것이다.
미즈하라는 20일 경기가 끝난 뒤 고척돔 클럽하우스에서 다저스 선수단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을 시인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영어'로 이야기를 한 탓에 오타니는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호텔로 이동한 뒤 오타니는 미즈하라와 1대1 대화를 통해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의 전말을 모두 확인하게 됐다. 이에 다저스는 미즈하라를 즉각 해고하기로 결정했는데, 여기서 더욱 충격적인 소식들이 전해졌다.
미즈하라가 선수단에게 불법 스포츠 도박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오타니가 자신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고, ESPN과 인터뷰에서도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미즈하라의 빚은 무려 450만 달러(약 60억원). 이에 오타니는 즉각 대변인을 통해 미즈하라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미즈하라는 다시 말을 바꿨다. 오타니가 돈을 갚아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의혹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분명 보이어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 업자의 계좌에 찍힌 이름은 오타니인데, 오타니가 송금한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미즈하라와 오타니의 관계가 돈독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를 통해 송금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사안. 꽤 오랜 기간 이뤄진 횡령을 오타니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을 알고 있거나, 몸통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타니가 입을 열었다. 오타니는 지난 26일 약 12분 가량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오타니는 "나도 그렇지만, 팬 분들에게도 지난 일주일은 힘든 일주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신뢰했던 분의 잘못이라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다"며 자신은 그동안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임했던 사실을 몰랐고, 자신의 게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누군가에게 대신해서 스포츠 도박에 베팅을 부탁한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타니는 한차례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게좌에서 어떻게 돈이 빠져나갔는지 등에 대해서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지 않은 탓에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메이저리그에서 '영구 제명'을 당한 통산 4256안타의 피트 로즈는 "1970-1980년대에 통역사가 있었으면 나는 처벌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망언을 쏟아냈고, 빅리그 통산 2043안타의 A.J. 피어진스키는 "450만 달러가 행방불명이 됐다. 그 사실은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바이바이 하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피어진스키는 "이게 몇 년 동안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올해에만 두 번의 50만 달러(약 6억 7000만원)를 송금하지 않았나. 그러면 100만 달러(약 13억 5000만원)다. 그걸 눈치채지 못할 것 같나. 나라면 알 것"이라며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를 관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그건 말도 안 된다. 만약 누군가에게 돈 관리를 맡겼다면, 그건 오타니의 책임이다. 내가 재무 담당자를 달고 있지만, 내 자산은 체크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 또한 오타니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매체는 "오타니에게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익명으로 기르려고 했던 반려견이 있다는 것도, 전형적으로 '평범한' 일본인 여성과 결혼을 했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야구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신비로운 슈퍼스타 오타니에게 도박 중독에 걸린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타니는 돈이 너무 많아서 450만 달러의 돈뭉치가 그의 계좌에서 사라졌을 때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특히 오타니가 평소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등 비밀스러운 행보를 이어간 탓에 미즈하라 스캔들 또한 오타니의 주장을 모두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매체의 주장. '워싱턴 포스트'는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7년 동안 대중에게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오타니와 관련이 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확실히 아는 것이 없다"며 "오타니가 기자회견에서 '슬프다'와 '충격적이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또한 팀원들의 앞에서 자신의 친구(미즈하라)의 주장 번복을 설명하기 위해 미즈하라를 거짓말쟁이로 규정했다. 그러나 오타니의 발언은 너무 짧았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워싱턴 포스트'는 "시속 101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타석에서 공을 치는 오타니의 모습은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오타니가 대중과 신뢰를 쌓는 일은 야구계에서 최고의 이도류 선수가 되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오타니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지키기로 선택했다. 오타니는 아메리칸리그 MVP를 받았을 때 반려견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이름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오프시즌에 더욱 흥미를 더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타니는 이를 국가기밀로 다루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타니는 자신을 사람답게 만들 수 있는 이러한 평범한 세부 사항도 숨겨뒀다. 대중들은 오타니를 잘 모른다. 오타니도 그의 친구이자 통역사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미즈하라는 어떻게든 오타니의 막대한 부에 접근할 수 있었고, 은행에 직접 방문하거나 비밀번호로 보호된 온라인 계좌를 통해 돈을 송금할 수 있었다"고 또 한 번 비꼬며 "오타니가 입장문을 밝혔을 때 질문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타니는 성명을 읽은 뒤 기자들에게 '이런 기회를 갖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후 오타니는 공놀이를 하러 방에서 나갔다. 여전히 청중들은 어둠속에 있다"고 일갈했다.
냉정하게 오타니의 발언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오타니가 입장문을 밝힐 당시 질의응답은 진행되지도 않았다. 그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했다. 더 자세한 내막이 공개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를 고소했다고 했는데, 어떠한 수사 당국에 고소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베일에 감춰진 오타니. 과연 미즈하라 스캔들은 어떠한 결말을 맞게 될까. 점점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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