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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좌완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가 엄청나게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컵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투구였던 것은 분명하다.
이마나가 쇼타는 2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압권의 투구를 선보이며, 데뷔전에서 빅리그 첫 승을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마나가는 이번 겨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기 전까지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였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마나가는 8시즌 동안 한차례 '노히트노런'의 위업을 달성하는 등 165경기에 출전해 64승 50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를 비롯해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모두 '우승' 타이틀을 손에 넣은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데 보탬이 됐다. WBC에서는 한국을 상대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155km의 빠른 볼을 바탕으로 3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고, 준준결승에서 이탈리아, 결승전에서 미국을 상대로는 선발로 등판하기도 했다.
일본프로야구와 각종 국제대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이마나가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에 이어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계약 총 규모가 1억 달러(약 1352억원)가 넘는 계약을 뒤로하고 시카고 컵스와 4년 5300만 달러(약 717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마나가와 컵스의 계약에는 2025시즌 또는 2026시즌이 끝난 뒤 구단 옵션이 포함돼 있는데, 옵션이 실행되면 계약 규모는 5년 최대 8000만 달러(약 1082억원)까지 치솟는다.
큰 기대 속에서 컵스 유니폼을 입은 이마나가의 스프링캠프에서 활약은 분명 아쉬웠다. 이마나가는 첫 등판에서 LA 다저스를 상대로 2⅓이닝 동안 3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두 번째 등판에서도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3이닝 2실점(2자책), 세 번째 등판에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 4⅓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으나, 마지막 등판에서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3이닝 4실점(3자책)에 머무르는 등 4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뚜껑을 열어본 뒤 이마나가의 피칭은 압도적이었다. 이마나가는 1회 시작부터 콜로라도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완벽한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선두타자를 3루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고, 3회 또한 군더더기 없는 투구를 이어갔다. 흐름을 탄 이마나가는 4회 브렌든 로저스를 좌익수 뜬공, 놀란 존스-크리스 브라이언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5회에도 삼진 두 개를 솎아내며 '노히트' 투구를 선보였다.
좋은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은 6회였다. 이마나가는 선두타자 엘리후리스 몬테로를 중견수 뜬공, 브렌튼 도일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5⅔이닝 노히트 투구를 펼친 뒤 찰리 블랙몬에게 2구째 낮은 스위퍼를 공략당해 중견수 방면에 첫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로저스에게도 안타를 내주면서 1, 2루 위기에 몰렸는데, 존스를 상대로 92.6마일(약 149km) 포심 패스트볼로 파울팁 삼진을 뽑아낸 뒤 포효, 데뷔전을 화려하게 매듭지었다.
이날 투구로 이마나가는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냈다.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데뷔전에서 무사사구 무실점 9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2018년 4월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의 닉 킹험(前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의 7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이후 역대 두 번째였다. 그리고 데뷔전에서 2피안타 이하 무실점, 9탈삼진과 함께 5⅔이닝 노히트 투구를 펼친 모두 컵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마나가가 만들어낸 기록은 조금 더 있다.
이마나가는 이날 20개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는데 2008년 '스탯캐스트'가 도입된 이후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20번의 헛스윙을 뽑아낸 것은 지난달 30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재러드 존스(헛스윙 22번), 2008년 4월 3일 신시내티 레즈 소속이었던 조니 쿠에토(헛스윙 21번)이후 역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도쿄 스포츠 TV'에 따르면 이마나가는 마지막 삼진 장면에 대해 "어쩌면 6회가 끝난 뒤 마운드를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지막 힘을 짜냈다. 굉장히 치기 좋은 공으로 구위가 좋았던 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리글리필드의 팬분들의 함성이 미트까지 공을 밀어 넣어 주셨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레츠고!'라고 했으니 조금은 미국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데뷔전이었지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는 것이 이마나가의 설명. 그는 "뭔가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개막전이라든가, 나의 데뷔전이 임박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하루처럼 느껴졌다. 다만 좌익수 쪽에 불펜으로 갈 때 많은 함성을 들었다. 선수를 굉장히 리스펙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반드시 부응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불펜에 들어갔다"며 "일본 시간으로는 새벽 3시 정도였는데, 팬분들이 자고 일어났을 때 '다행이네'라는 결과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마나가는 올해 함께 빅리그에 입성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의 투구에 대한 질문에 "같은 일본인이지만, 적이기 때문에 좋은 활약을 바랄 수는 없다. 그들이 좋은 결과를 내면 나도 해야 한다. 지난번에 야마모토가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그렇다는 건 다저스가 이긴다는 것이다. 나도 좋은 투구를 통해 컵스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이라며 "오늘 투구는 볼넷이 없었다는 것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9개의 삼진을 잡은 것보다 3볼에서도 볼넷은 없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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