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본능적으로 화가 났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3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 쇼헤이의 前 통역사였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사령탑 또한 매우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였다.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에 몸담고 있던 시절 미즈하라는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그리고 오타니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되면서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통역으로 고용됐다. 그리고 오타니가 2021년 '이도류'를 통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등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로 선정될 때 미즈하라 또한 스타덤에 올랐다.
그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하던 관계였던 만큼 오타니의 빅리그 커리어가 끝날 때까지 미즈하라가 그의 옆을 지키며 '입과 귀'가 되어 줄 것처럼 보였지만, 지난달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수사 당국이 매튜 보이어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 업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을 포착한 것이다. 이에 수사 당국은 오타니 측에 확인 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 연루됐다는 것을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미국 'ESPN'이었다. 'ESPN'은 미즈하라와 약 90분 가량의 인터뷰를 진행, 기사화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미즈하라 먼저 해당 사실을 털어놨다. 지난달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이 끝난 뒤 다저스 선수단 앞에서 자신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을 시인했다. 이때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빚 450만 달러(약 60억원)을 대신 갚아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ESPN'에서도 미즈하라의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인터뷰 기사가 나왔는데, 여기서도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을 오타니가 대신 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타니 측의 입장은 완전히 반대였다. 오타니의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즈하라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던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도박 자체가 불법이었던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다저스는 곧바로 미즈하라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해 다저스에서 해고됐고, 수사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이유는 '빚'과 관련해 미즈하라와 오타니의 입장이 달랐던 까닭이다. 오타니 측이 일장을 밝힌 후 미즈하라가 주장을 번복한 것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실제로 매튜 보이어의 계좌에는 오타니의 이름으로 송금이 된 것이 확인이 됐는데, 오타니 측의 주장이 맞다면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돈을 횡령한 셈이 된다.
이에 오타니가 직접 입을 열었다. 오타니는 지난달 26일 약 12분에 걸쳐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지금까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해왔던 것을 알지 못했고, 자신이 빚도 대신 갚아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자신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대신해서 스포츠 베팅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 경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초 빚과 관련해서 주장이 엇갈린 탓에 '워싱턴 포스트'와 'LA 타임스' 등 수많은 언론이 오타니에게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LA 에인절스 시절 오타니는 물론 미즈하라와 약 3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조 매든 감독도 입을 열었다.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매든 감독은 "이 사건을 읽고 들었을 때 나는 어떤 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 미즈하라는 나의 연락처이자, 오타니와의 연결고리였다. 그래서 미즈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오타니와 미즈하라 또한 절친한 친구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며 "미즈하라가 오타니에게 불충한 짓을 했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정말 화가 났다. 이 모든 일에 본능적으로 화가 났다"고 분노했다.
현재 오타니가 수많은 언론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빚을 갚아준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려 450만 달러가 통장에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는 것이다. 매든 감독도 이에 대한 질문을 피해 가지 못했다. 사령탑은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 접근해 돈을 빼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말에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매든 감독은 "오타니가 일상적으로 돈과 관련된 일은 미즈하라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정도의 큰돈이 움직였다고 하는 것이 진짜라면 '오타니의 에이전트는 왜 눈치채지 못했는가'라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디 애슬레틱'은 이와 관련해 네즈 발레로와 CAA 스포츠에 질문을 던졌으나,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 그리고 소식통을 통한 결과 CAA 스포츠는 오타니의 재정을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든 감독은 "미즈하라는 기름칠이 잘 된 기계였다. 이를 두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 관계에서 도박이 문제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만약 오타니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면 미즈하라의 도박에 대해 알고 있었냐는 것이다. 알았다면, 왜 이것을 막으려 하지 않았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든 감독은 가장 최근까지 오타니와 미즈하라를 오랜 기간 지켜본 입장. 미즈하라의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보도가 나온 직후 꽤나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