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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정말 좋은 기술이 세팅돼 있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4일(이하 한국시각) 'MLBshowcase'에 출연,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손을 잡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는 이정후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이정후는 지난 2022년 142경기에 출전해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타율 0.349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정후는 타격 5관왕(타율, 최다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과 함께 생애 첫 정규시즌 MVP 타이틀을 손에 넣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키움 히어로즈 또한 이정후의 도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빅리그 입성을 앞둔 만큼 2023시즌은 몸값을 끌어올리기에 적기였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정후가 시즌을 치러나가던 중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대에 오른 것. 하지만 그동안 KBO리그에서 쌓아놓은 탄탄한 커리어는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활약 덕분에 발목 수술은 이정후에 가치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이정후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됨과 동시에 빅리그 전체 절반 이상의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미국 현지 복수 언론들은 이정후가 5000만 달러(약 674억원) 수준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무려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23억원)의 잭팟 계약을 품에 안았다. 지금껏 '프랜차이즈 스타' 버스터 포지를 제외하면 야수에게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제시한 적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품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후가 큰 계약을 품자, 미국 현지에서는 '물음표'를 달기 시작했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쟁탈전에서 패배한 샌프란시스코가 충격으로 인해 이정후에게 큰 돈을 지불했다는 것은 비롯해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선수에게 과한 투자를 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물론 이는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였다. 이정후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후 이러한 평가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정후는 가벼운 옆구리 통증으로 시범경기 데뷔가 조금 지연됐지만, 첫 경기에서부터 안타를 생산하는 등 13경기에서 12안타 1홈런 타율 0.343 OPS 0.911로 펄펄 날았다. 그리고 정규시즌이 시작된 이후에도 좋은 흐름은 계속됐다.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첫 안타와 함께 타점을 생산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이튿날 타점과 함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빅리그 데뷔 후 2경기 연속 타점을 생산한 한국인 빅리거는 이정후가 처음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정후는 지난 1일 샌디에이고와 3차전에서는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마크, 샌디에이고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3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얼마나 뛰어난 선구안을 갖고 있는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게다가 2일 LA 다저스를 상대로 멀티히트, 3일 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하던 중 마지막 타석에서 다저스 마무리 에반 필립스를 상대로 안타를 터뜨리며 6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갔다.
다만 4일 경기의 결과는 조금 아쉬웠다. 이정후는 다저스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맞대결을 갖게 됐는데, 글래스노우를 상대로 세 번째 타석까지 꽁꽁 묶이며 고전했다.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다니엘 허드슨을 상대로 3루수 방면에 강습 타구를 만들어냈으나, 다저스 3루수 맥스 먼시의 탄탄한 수비에 걸려들면서 결국 무안타로 경기를 마치게 됐다. 이로 인해 시즌 타율도 0.292에서 0.250으로 추락하게 됐다.
하지만 미국 현지 언론의 눈에 이정후는 매우 훌륭하게 메이저리그 레벨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새다. 저명기자 존 모로시는 4일 'MLB 네트워크'의 'MLBshowcase'에 출연해 "2024시즌 초반이지만 이정후는 기대 이상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 3일) 이정후는 다저스 마무리 에반 필립스를 상대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고, 그는 라이너성의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이정후의 타격을 칭찬했다.
칭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모로시는 "이정후는 9회 안타로 샌프란시스코에 동점 찬스를 안겨줬다. 이런 작은 것들이 이정후가 얼마나 메이저리그에 빨리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정후의 수비를 보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밥 멜빈 감독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정후는 매우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멜빈 감독도 이정후를 관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이정후에게는 정말 좋은 기술이 세팅돼 있다. 거기에는 약간의 파워도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시선은 모로시에 국한된 것은 아닌 모양새다. 미국 '스포츠키다' 또한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 합류하기로 한 결정은 그에게도 이익이 됐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공격과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KBO리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도약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정후는 예상보다 더 메이저리그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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