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의리(22, KIA 타이거즈)도 웃었다.
이의리는 4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는 투구수 제한이 있어서 4이닝 소화에 그쳤다. 그러나 이젠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이의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에서 1개월간 특별훈련을 소화했다.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주무기 체인지업의 그립을 바꿨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이의리의 기존 체인지업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의리의 열의가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작년에 체인지업 그립을 바꿔 대박을 친 임기영 등에게 물어가며 새롭게 익혔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날 이의리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19.6%였다. 바꾼 그립을 쥐고 던졌을 수도 있고, 좌투수에게 체인지업은 사실상 기본과도 같은 구종이다. 빠른 공을 가진 이의리의 변화구 업그레이드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두산전서도, KT전서도 봉인한 구종이 있다. 역시 시애틀에서 익힌 스플리터다. 1선발 윌 크로우가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이의리에게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떨어뜨리라는 조언을 했던, 그 구종이다. 아무래도 아직 완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감췄을 수 있다. 그러나 시즌 도중에 이 무기를 사용한다면, 이의리는 더더욱 무서워진다.
결정적으로 이의리가 바꾼 체인지업, 새롭게 장착한 스플리터보다 실전서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구종이 있다. ABS 시대에 대다수 투수가 그런 것처럼, 커브가 화두다. 커브를 잘 활용하는 투수가 ABS 시대에 살아남는다는 현장관계자들의 얘기가 많다.
변화의 낙폭이 크고, ABS가 스트라이크로 잘 잡아주는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꽂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ABS가 과거 통상적인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반개에서 한 개 정도 윗부분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는 얘기가 많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의리는 올 시즌 2경기서 커브 활용률이 18.8%였다. 작년엔 7.8%에 불과했다.
이런 장면도 있었다. 4일 KT전, 3-1로 앞선 2회말 2사 2루서 장성우를 상대했다. 볼카운트 1B2S. 4구 119km 커브가 바깥쪽으로 살짝 높게 들어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스트라이크 존에선 확실히 빠졌다. 그러나 ABS는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이때 이의리가 고개를 슬쩍 갸웃하다니 머쓱한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중계방송사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그에 앞서 화면에 잡힌 장성우는 당연히 허탈함 그 자체였다.
ABS가 조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도 많다. 그러나 모든 선수에게 조건이 같다면 적응하는 자가 승자다. 이의리는 ABS를 잘 활용한 것이다. 사실 투수가 공을 반개 정도 높게 던진다고 투수에게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가 타자가 장타로 연결하는 경우도 많다. 현 시점에서 ABS에 대한 타자와 투수의 유, 불리를 쉽게 따지긴 어려워 보인다.
어쨌든 이의리에겐 올 시즌 먹고 살 무기가 많다. ABS 활용만 아니라 체인지업과 스플리터까지. 이의리가 4년차에 기량을 만개할 수도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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