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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란의 좌충우돌 해외여행 14] 세비야에서 바바리맨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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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종교적 심장인 세비야 대성당. 이슬람교도들이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던 시절 대모스크로 이용된 건물인데, 레콘키스타(기독교도들이 이슬람교도들을 몰아내고 국토를 수복함) 이후 성당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종탑인 히랄다 탑 역시 모스크 시절에 미나렛(이슬람 건축물의 종탑)으로 건축된 것이다. /신양란 작가
​세비야의 종교적 심장인 세비야 대성당. 이슬람교도들이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던 시절 대모스크로 이용된 건물인데, 레콘키스타(기독교도들이 이슬람교도들을 몰아내고 국토를 수복함) 이후 성당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종탑인 히랄다 탑 역시 모스크 시절에 미나렛(이슬람 건축물의 종탑)으로 건축된 것이다. /신양란 작가

[여행작가 신양란] ​2014년 12월 중순부터 2015년 1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우리 부부는 스페인 여러 도시를 떠돌아다녔다. 말도 안 통하는 나라를 무슨 배짱으로 그럴 수 있었나 싶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면 용케도 길 잃지 않고 돌아다니다 무사히 숙소를 찾아오곤 했으니 신기한 일이긴 하다.

그때 스페인 여행에서 제일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꼽자면 세비야에서 ‘바바리맨’을 만났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못 본 바바리맨을 이역만리 세비야에서 만났으니 나로서는 호들갑을 떨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세비야에서 만난 주현절 전야 퍼레이드. 도시 전체가 술렁일 정도로 대규모 축제였다. /신양란 작가
세비야에서 만난 주현절 전야 퍼레이드. 도시 전체가 술렁일 정도로 대규모 축제였다. /신양란 작가

2015년 1월 초순에 우리는 세비야에 있었는데, 1월 5일 저녁 무렵이 되자 도시가 온통 술렁거렸다. 세비야 대성당 주변은 평소에도 여행자로 붐비기는 하지만, 그날 저녁은 현지인까지 모두 몰려나온 듯 혼잡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때는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르는 채 인파에 휩쓸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페인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 축제 ‘주현절’이 1월 6일이다.

스페인 국경일이기도 한 주현절은 아기 예수가 동방박사에게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다시 말하면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찾아가 경배드림으로써 그가 메시아임을 드러낸 날이다. 그 전날인 1월 5일 저녁에는 전국적으로 전야제가 크게 열린다.

주현절 전야제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로, 세비야 또한 길고 긴 퍼레이드가 끝없이 이어졌다. 초저녁에 시작돼 한밤중에 끝날 정도였다.

퍼레이드가 지나면서 군중에게 사탕과 과자를 듬뿍듬뿍 뿌리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다투어 줍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호주머니에 가득 찰 정도로 주웠는데, 주우면서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싶어 웃음이 났다.

플라멩코 공연장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 세비야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신양란 작가
플라멩코 공연장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 세비야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신양란 작가

기나긴 퍼레이드가 끝나고 도시를 뜨겁게 달구었던 환호성과 흥겨움을 뒤로 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할 때였다. 몹시 초라한 행색의 노인이 두 손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은 채, 가련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축제 열기 가득한 세비야의 밤과는 어울리지 않는 노인이었다.

나는 얼핏 그 노인이 구걸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까 하고 다가갔다가 보고야 말았다. 그 노인이 앞으로 다소곳이 모은 두 손으로 붙잡고 있는 것이 그의 신체 일부임을….

바바리맨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바바리맨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었다.

알몸의 젊은 남자가 오직 바바리코트 하나만 걸치고 있다가, 여자들 앞에 짠! 하고 나타나 코트 자락을 젖히고 신체 주요 부위를 보여주며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세비야의 대조적인 교통수단 두 종류. 현대적인 디자인의 트램과 옛스러운 교통수단의 대명사인 마차. 물론 마차는 여행자용일 뿐, 대중교통은 아니다./신양란 작가
세비야의 대조적인 교통수단 두 종류. 현대적인 디자인의 트램과 옛스러운 교통수단의 대명사인 마차. 물론 마차는 여행자용일 뿐, 대중교통은 아니다./신양란 작가

그래서 세비야의 바바리맨은 내게 혼란만 주었다. 나이는 많지요, 바바리코트도 안 입었지요, 짠! 하며 적극적으로 신체 부위를 보여주지도 않지요, 표정은 너무나 가련해 보이지요. 무슨 바바리맨이 그래.

하여간 그 노인 때문에 세비야 주현절 전야 축제를 생각하면 엉뚱하게도 바바리맨이 연관 검색어로 떠오르고 만다.

에잇, 차라리 젊은 바바리맨을 만났더라면….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란 표현을 실감하게 만드는 세비야의 오렌지나무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실제로 바람에 날린 오렌지 향기가 코끝에 맴돈다./신양란 작가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란 표현을 실감하게 만드는 세비야의 오렌지나무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실제로 바람에 날린 오렌지 향기가 코끝에 맴돈다./신양란 작가
필자의 입장에서 스페인 음식 중 가장 입에 맞았던 세비야의 타파스. 꼴뚜기 튀김, 양송이버섯 구이 등이 지금도 세비야를 그리워하게 한다. ./신양란 작가
필자의 입장에서 스페인 음식 중 가장 입에 맞았던 세비야의 타파스. 꼴뚜기 튀김, 양송이버섯 구이 등이 지금도 세비야를 그리워하게 한다. ./신양란 작가
세비야의 젖줄인 과달키비르 강. 사진 속 오른쪽의 ‘황금의 탑’은 남아메리카에서 수탈해온 황금을 저장하던 곳이라서 그런 이름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해양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신양란 작가
세비야의 젖줄인 과달키비르 강. 사진 속 오른쪽의 ‘황금의 탑’은 남아메리카에서 수탈해온 황금을 저장하던 곳이라서 그런 이름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해양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신양란 작가
 세비야 알카사르에 있는 마리아 데 파디야 목욕탕. 카스티야 왕국의 잔혹왕 페드로 1세가 애인 마리아 데 파디야를 위해 만든 목욕탕으로 알려져 있다. 페드로 1세는 애인의 미모를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마리아가 목욕하는 장면을 신하들에게 보여주었다는 믿거나말거나 식의 이야기도 전한다. /신양란 작가
세비야 알카사르에 있는 마리아 데 파디야 목욕탕. 카스티야 왕국의 잔혹왕 페드로 1세가 애인 마리아 데 파디야를 위해 만든 목욕탕으로 알려져 있다. 페드로 1세는 애인의 미모를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마리아가 목욕하는 장면을 신하들에게 보여주었다는 믿거나말거나 식의 이야기도 전한다. /신양란 작가
세비야 에스파냐 광장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엘 시드 동상. 엘 시드는 중세 영웅 서사시 <엘 시드의 노래>의 주인공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영웅으로 생각하는 실존 인물이다./신양란 작가
세비야 에스파냐 광장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엘 시드 동상. 엘 시드는 중세 영웅 서사시 <엘 시드의 노래>의 주인공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영웅으로 생각하는 실존 인물이다./신양란 작가
세비야에는 집시들의 애환이 담긴 플라멩코 춤을 볼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이 여러 군데 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열정과 집시들의 자유분방함을 느끼기에 좋은 기회이므로 세비야 여행시 관람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양란 작가
세비야에는 집시들의 애환이 담긴 플라멩코 춤을 볼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이 여러 군데 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열정과 집시들의 자유분방함을 느끼기에 좋은 기회이므로 세비야 여행시 관람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양란 작가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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