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의 LAD 첫 홈런볼에 숨겨진 '충격 이야기'…'9465억' 슈퍼스타와 만남? 오히려 '협박' 있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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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홈런볼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맞대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2024시즌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온 오타니는 이번 겨울 뜨거운 감자였다. 오타니는 팀의 자본력과 무관하게 메이저리그 모든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았고, 일거수일투족이 미국 현지 언론들로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행선지가 결정되는 과정에서는 '오보'까지 나오기도 했다. 오타니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위해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타니의 최종 행선지는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전례가 없는 10년 7억 달러(약 9465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제시했고, 마침내 오타니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일찍부터 시즌을 종료하고 수술대에 올랐던 만큼 오타니는 시범경기 일정에 맞춰 재활 스케줄을 잡았고, 데뷔전이 조금 늦어졌지만, 서울시리즈에 참가하기 전까지 2홈런 타율 0.500 OPS 1.486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오타니는 서울시리즈에 앞서 진행된 스페셜게임에서 키움 히어로즈-팀 코리아를 상대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본게임이 시작된 후 오타니는 돌변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전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로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이튿날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다저스에서 해고를 당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오타니는 연속 안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오타니는 서울시리즈가 끝난 뒤 남은 시범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다시 미국 본토 개막전이 시작된 직후 오타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2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오타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히는 장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올 시즌을 제외하고 오타니가 개막 이후 가장 오랜기간 홈런을 치지 못한 것은 37타석이었는데,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까지 정확히 37타석 동안 아치를 그리지 못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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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지난 4일 첫 타석에서도 홈런을 터뜨리지 못하면서 개막 후 최장기간 무홈런 기록을 새롭게 쓰게 됐다. 하지만 끝내 침묵하지는 않았다. 오타니는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바뀐 투수 테일러 로저스를 상대로 구째 93.2마일(약 150km)의 싱커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이 타구는 맞음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타니가 친 타구는 무려 105.6마일(약 169.9km)의 속도로 430피트(약 131m)를 비행하며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첫 홈런으로 연결됐다. 개막 후 41타석, 지난 지난해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와 맞대결 이후 224일 만에 터진 홈런이었다. 그리고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다저스의 5점째를 만들어냈고, 지난 1887년 브루클린 그레이스 시절 개막 9경기 연속 5득점과 타이를 이루는 역사를 작성했다. 이 기회가 오타니에게 찾아온 것과 만들어낸 것은 그야말로 드라마 각본과 같았다.

다저스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탠 오타니는 경기가 끝난 뒤 이적 첫 홈런볼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구단에서 팬분들과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하더라. 내게는 굉장히 특별한 공이다.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라며 '무엇과 바꿨느냐'는 질문에 "야구공 2개와 방망이였다. 사인까지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 홈런볼을 돌려받는 과정이 이슈가 됐다. "정말 특별한 공"이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오타니가 직접 팬들과 만남을 갖는 것은 물론, 홈런볼을 돌려받는 대가로 건넨 기념품이 터무니가 없었던 까닭이다.

미국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홈런볼을 잡은 이는 암바르 로만(Ambar Roman)이라는 다저스 여성팬. 매체는 "로만에게는 이 모든 일이 너무나 빨리 일어났다. 평생 다저스 팬이었던 그는 남편이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공을 찾아 뛰어드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로만은 발 근처의 땅을 바라봤는데, 그곳에 공이 있었다. 그녀는 오타니가 다저스에서 역사적으로 처음 친 기념적인 야구공을 집어 들고 주먹을 허공에 날렸다"고 전했다.

로만은 "앉아 있으면 항상 공을 잡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100만년이 지나도 그 공이 오타니의 홈런볼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오타니의 홈런볼을 잡은 것에 감격했는데,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은 "몇 분 만에 이 이야기는 스트레스를 받고,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바뀌었다"며 "로만과 그의 남편은 다저스 직원에게 압박감을 느끼고,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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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홈런볼을 잡은 팬은 해당 선수에 대한 몇 가지 기념적인 물건과 교환, 해당 선수를 직접 만나거나, 본인이 그 볼을 소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오타니의 홈런볼은 '협상'이 아닌, 다저스 보완 요원들이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디 애슬레틱'은 "팀 관계자들의 강경 전술에는 야구공을 집으로 가져가기로 결정하면 인증을 거부하겠다는 위협이 포함됐다. 이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 인증이 없다면 공의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만은 "그들이 한 좋지 않은 제안에 야구공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고,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 사인이 들어간 모자 2개와 배트, 공을 제안받고 약간의 충격을 받은 뒤 다저스타디움을 떠났다"며 "처음에는 사인이 들어간 모자 2개의 제안이 끝이었다. 로만은 당황했지만, 더 다른 것이 있는지를 물어보며 후속 조치를 취했다. 다저스 측음 배트와 공을 포함시키겠다고 제안했고, 로만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그들은 오타니의 홈런볼을 빼앗겼다"고 보도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다저스타디움 1층에 판매되고 있는 오타니의 사인이 들어간 파울볼의 가격은 1만 5000달러(약 2027만원).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첫 홈런볼의 가치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로만의 남편 발렌수엘라는 "우리는 돈에 굶주려 있지 않다. 단지 이는 특별한 순간의 특별한 공"이라며 "굉장히 실망했다"고 분노했다.

이 사건은 분명 다저스 보완 요원들의 책임 요소가 매우 커 보인다. 그러나 오타니 또한 기념적인 첫 홈런볼에 대한 애정은 드러내면서도, 팬들을 만나서 기념품을 직접 건네는 일은 없었다. 역사적인 홈런볼을 손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로만 부부는 그야말로 상처만 받고 돌아간 모양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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