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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류현진 선배님이 궁금하긴 했다.”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은 본래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등판할 예정이 아니었다. 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나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3일 대전 롯데전이 우천취소 되면서, 그날 등판하지 못한 문동주가 4일 대전 롯데전에 나갔다. 류현진의 상대는 자연스럽게 롯데에서 키움으로 바뀌었다.
류현진이 최종 선택했다.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이 4일 그대로 등판하길 원했다면 받아들일 방침이었다. 그럴 경우 문동주의 등판 일정이 조정되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하루 더 쉴 수 있을 때 쉬는 걸 택했다. 토미 존 수술과 재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풀타임 시즌이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선택은 악수였다. 류현진은 생애 첫 고척돔 등판에서 2006년 프로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했다. 4.1이닝 9피안타 2탈삼진 2볼넷 9실점으로 시즌 2패를 떠안았다. KBO, 메이저리그 시절 포함 1경기 최다 9자책.
개인통산 99승은 또 물 건너갔다. 2012년 10월4일 KBO리그 고별전서 시즌 10승을 무산시킨 키움에 대한 복수에도 실패했다. 그리고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25명의 투수 중 꼴찌로 전락했다. 천하의 류현진에게 너무나 낯선 8.36.
그렇다면 키움은 류현진을 상대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을까. 한화가 주중 롯데와의 홈 3연전을 치를 때, 키움은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3연전을 진행 중이었다. 한화가 롯데전이 취소된 3일은, 키움 역시 삼성전이 취소된 날이었다.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내린 3일이었다.
키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한 숨 돌리며 주말 한화와의 홈 3연전 선발로테이션을 예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키움 선수들도 당연히 한화가 선발투수들의 등판을 하루 미루면 류현진을 5일에 상대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김휘집은 5일 경기 후 “대전 경기가 우천취소 돼서 류현진 선배님을 상대하게 될지 궁금하긴 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과도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5일 주말 3연전 첫 경기는 어려움을 각오했다. 그는 “문동주가 지금 5선발이지만 5선발은 아니지 않나. 순리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과도(류현진 등판에 대해) 길게 얘기는 안 했다”라고 했다.
당장 4일 대구 삼성전이 있었기에, 그 경기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였다는 게 김휘집의 회상이다. 대신 류현진의 영상을 철저히 체크했고, 5일 경기를 앞두고 전력분석 미팅을 통해 단순한 진리를 확인했다. 그는 “(볼카운트가)몰리면 (출루할)확률이 떨어진다. 반응을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득점권에서 어떻게 하자고 얘기하고 나간 건 없었다”라고 했다.
볼넷을 어지간해선 내주지 않는 류현진에게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출루할 확률이 떨어진다. 키움 타자들은 초구와 2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이를 냈고, 류현진의 커맨드가 흔들린 5회에 대형사고를 쳤다. 김휘집은 5회에만 2안타를 쳤다.
김휘집은 “류현진 선배님의 이름값에 눌리지 않으려고 했다. 한화와 싸워야지 투수에 매몰되면 안 된다. 팀과 팀으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전략적 접근만큼 중요한 마인드 세팅이다. 그는 이날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했다. 시즌 타율 0.257, 1홈런 10타점 OPS 0.733 득점권타율 0.417.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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