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대투수라서 쫄고 들어간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가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을 상대로 지난 5일 고척에서 4⅓이닝 동안 9점을 뽑아낸 건 KBO리그 역사에 두고두고 남는다. 류현진은 7타자 연속 피안타의 멍에를 썼지만, 키움은 류현진이 내려간 뒤에도 이형종이 김서현에게 적시타를 날렸다. 구단 최다 8타자 연속안타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키움은 ‘난공불락’으로 여긴 류현진에게 9실점 굴욕을 안기면서 개막 4연패 이후 5연승을 달성했다. 내친 김에 6일 한화전서도 펠릭스 페냐를 무너뜨리며 6연승을 거뒀다. 경기후반 불펜이 아킬레스건을 드러냈지만, 어쨌든 이겼다. 지금 키움은 마치 하위권 전력에도 돌풍을 일으키던 2022시즌 초반의 모습이 연상된다.
하루가 지났지만, 키움 타자들은 여전히 류현진을 공략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형종도 무사 1루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 나갔고, 류현진이 내려가자 김서현의 초구 145km 패스트볼을 공략, 적시타를 날리며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키움이 그날 얻은 교훈은 단순히 시즌 첫 5연승만으로 그칠 게 아니다. 류현진을 상대로도, 아니 하위권 평가를 받는 올 시즌에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기운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게 된 게 최대수확이다. 간략히 말해 자신감. 류현진의 등번호 99번을 의식하지 않으면, 이름값에 눌리지 않으면 된다는 김휘집의 얘기도 있었다.
이형종은 6일 경기를 마치고 “류현진이 대투수라서 쫄고 들어간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5회에는 직구와 체인지업이 (방망이에) 잘 걸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좌투수에겐 자신감이 있다”라고 했다. 물론 류현진의 커맨드가 몰렸다는 게 최원호 감독의 얘기였고, 일시적인 난조였다는 해석이긴 했다.
그러나 류현진급의 투수라면, 흔들릴 때 제대로 공략하는 게 능력이다. 키움 타자들이 굳이 아니더라도, 류현진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완벽하게 투구하면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공략이 쉽지 않다는 게 11년간 검증됐다.
이형종은 “물론 커브와 브레이킹 볼은 정말 좋았다. 그래도 ‘아, 이 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 싶다”라고 했다. 그 긍정적 마인드, 성공체험이 좋은 흐름과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젊은 타자들에겐 류현진을 공략해봤다는 경험, 자신감이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한편으로 키움 선수들이 이런 얘기를 주고받고, 이런 감정을 가졌다는 건 나머지 9개 구단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류현진은 3월23일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서도 실책이 섞였지만, 4회를 버티지 못했고, 3월29일 KT 위즈와의 홈 개막전서도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했지만, 안타를 9개나 맞았다. 냉정히 볼 때 정규시즌 개막 후 예상 외로 압도적인 경기가 없었다.
“어? 류현진도 해볼 만하네?”이런 생각이 리그 타자들의 머릿 속을 지배하게 된다면, 류현진도 고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시즌 초반이고 최원호 감독의 말처럼 류현진의 자체 조정능력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이 끝났다. 또한, 선발투수들에게 3월 말~4월 초는 보편적으로 100%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는 최원호 감독 설명도 있었다. 확률상 류현진이 류현진답게 회복해 타자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여전히 큰 게 사실이긴 하다.
야구는 멘탈게임이다. 키움 타자들이 류현진에게 9점을 뽑고 나니 무작정 쫄지 않아도 된다는 교훈을 얻은 건 큰 의미가 있다. 류현진의 반격도 기대되고, 철저한 준비로 중무장할 9개 구단 타자들의 행보도 기대된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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