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찬호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였구나.
KIA 타이거즈가 시즌 개막 2주만에 처음으로 루징시리즈를 맛봤다. 개막 후 승수를 차곡차곡 벌어놓은 덕분에 큰 타격은 아니다. 그러나 최하위권의 삼성 라이온즈에 먼저 1승을 하고 주말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날 KIA는 올 시즌 리드오프로 맹활약하던 박찬호가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규성이 1군에 올라왔으나 이범호 감독의 선택을 받은 백업 유격수는 ‘호주 유학생’ 박민(23). 박민은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출전했고, 개막 이후에도 백업으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런 박민에게 박찬호의 부상은 기회였다.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다. 9번 유격수. 타석에선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삼성 오른손 선발투수 이호성의 포심이 바깥쪽 살짝 높게 들어오자 힘껏 잡아당겨 좌중간 2루타를 만들었다. 4회 2사 3루 찬스서는 우완 김태훈의 초구 슬라이더가 살짝 몸쪽으로 높게 들어왔으나 역시 좋은 타이밍에 잘 때렸다.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만들었다.
박민은 고교 시절부터 공수겸장 중앙내야수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았다. 군 복무도 마쳤고, 지난 겨울 호주프로야구 캔버라 캐벌리에서 부단히 실전 경험을 적립했다. 방망이만큼은 제 몫을 충실히 했다.
그러나 포지션 특성상 공격보다 수비가 더 중요한데, 실책을 무려 3개나 범했다. 박민으로선 2루타를 두 방 터트렸음에도 아쉬움이 있을 듯하다.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김재혁의 타구를 잡은 뒤 1루에 악송구를 했다.
7회가 치명타였다. 김현준이 1사 1루서 좌전안타를 쳤다. 이때 좌익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송구를 박민이 놓치면서 1루주자 김지찬이 2루를 돌아 3루까지 갔다. 김지찬은 김재혁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올렸다. 9회초에도 김재혁의 타구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이날만 실책 3개.
물론 박민은 6회초 선두타자 김헌곤의 타구를 기가 막히게 걷어내는 등 좋은 모습도 보여줬다. 박민으로선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서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KIA로선 수비왕이자 3할타자, 리그 탑클래스 유격수 박찬호의 공백이 여실히 느껴진 하루였다.
그러나 박찬호가 1년 144경기 내내 3유간을 지킬 순 없다. 풀타임을 소화하는 주전이라고 해도 매 경기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체력부담이 큰 유격수는 더더욱 그렇다. 장기적으로 FA까지 2년 남은 박찬호의 확실한 플랜B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KIA나 이범호 감독이나 김도영을 유격수로 돌릴 생각은 일단 없다.
박민은 중요한 대체자 혹은 대안 중 하나인데, 이날은 타격에선 좋았고 수비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이날의 1패가 박민의 미래의 중요한 동력이 되는 게 중요하다. 이날 1군에 올라온 김규성의 중용, 박찬호의 건강 회복 시점 등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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