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알다가도 모를 영웅들이다.
키움 히어로즈가 2023시즌 급격하게 침몰하기 시작한 건 이정후의 부상 전후였다. 이미 전반기부터 유달리 부상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팀의 기둥 이정후의 발목 신전지대 수술은, 실낱 같은 포스트시즌 희망을 안고 뛰던 키움 선수들의 사기를 완전히 떨어뜨렸다.
그러자 구단은 최원태를 LG 트윈스에 넘기고 이주형, 김동규, 2024년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이러면서 완전히 ‘리툴링’에 접어들었다. 구단은 2023년 드래프트를 통해 포수를 대거 수집했다면, 2024년 드래프트를 통해 투수를 대거 수집했다. 그리고 시즌 막판, 에이스 안우진마저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그 후반기 주축멤버들 위주로 2024시즌을 준비했으니, 전문가들로부터 ‘1약’으로 지목되는 건 당연했다. 2차 드래프트서 최주환을 영입한 건 어지간한 중저가 FA 한 명을 영입한 것이란 평가를 받긴 했다. 그러나 FA 시장에서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게 이정후와 안우진 없는 첫 풀타임 시즌이 다가왔다.
심지어 이주형이 허벅지 부상으로 시범경기 내내 빠졌고, 개막전을 맞이하지 못했다. 장재영도 팔꿈치가 좋지 않아 이탈했다. 외국인투수들은 시범경기, LA 다저스와의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스페셜매치부터 불안한 모습이었다. 실제 속절없이 개막 4연패하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변화의 시작은 LG와의 홈 개막 3연전이었다. 누가 봐도 스윕패가 우려됐다. 디펜딩챔피언과 전력 격차가 크기 때문. 사고는 선발로 출발한 하영민이었다. 하영민이 LG 타선을 잡아내면서 시즌 첫 승을 이끌었고, 여세를 몰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마저 소위 말하는 긁히는 투구를 했다. 좌완으로서 빠른 공을 던지는 헤이수스는 커맨드가 잡히면 만만한 투수는 아니다.
그렇게 LG를 상대로 예상 외의 위닝시리즈를 챙겼고, 키움과 함께 전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삼성 라이온즈를 잘 만나 2연승을 추가했다. 이때 이주형이 예상을 깨고 돌아와 ‘미친 타격’을 선보이며 키움의 상승세에 완전히 불을 붙였다. 그렇게 4연패 이후 4연승.
정말 여기서 끝인 줄 알았다. 주말 홈 3연전 상대가 시즌 초반 가장 핫한 한화 이글스였기 때문. 심지어 첫 경기 상대가 류현진이었다. 그러나 키움은 5회에 류현진 포함 8타자 연속안타라는 구단 최다 연속안타 타이기록을 세우며 류현진에게 프로 데뷔 18년만에 한 경기 최다 9실점 굴욕을 안겼다. 여기서 이 시리즈의 큰 흐름은 키움으로 왔다. 키움은 주말 2경기마자 잇따라 따내며 7연승을 완성했다.
사실 투타기록만 보면 어정쩡하다. 팀 타율 0.271로 6위, 팀 OPS 0.785로 5위다. 마운드도 팀 평균자책점 4.78로 6위. 이런 기록들이 중위권인데 팀 순위는 3위다. 당연히 이유가 있다. 일단 선발진이 예상과 달리 최악은 아니다. 팀 선발 평균자책점 4.31로 5위다. 여전히 토종 3~5선발이 약하고, 지금도 하영민과 김선기의 3~4선발이 강한 건 아니다. 5선발은 9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일단 손현기가 맡았다. 고정 5선발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신 아리엘 후라도와 헤이수스는 안정감을 찾았다.
타선은 팀 득점권타율이 놀랍게도 0.365로 리그 1위다. 이건 홍원기 감독이 시즌 전에 구상한 상위타선 ‘몰X’이 어느 정도 통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김혜성~로니 도슨~이주형~최주환의 1~4번이 이주형~도슨~김혜성~최주환으로 바뀌긴 했다. 그런데 좌타 1~4번 라인이 예상 외로 파괴력이 있다. 천하의 류현진을 상대로도 이대로 밀어붙였을 정도다. 여기에 이형종이 부활했고, 김휘집도 한 방이 있다. 김혜성은 장타에 눈을 떴다. 이정후가 없긴 해도 타선이 나름 짜임새를 갖췄다.
그리고 수비다. 올해 서울시가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를 위해 잔디와 조명을 메이저리그식으로 싹 바꿨다. 잔디가 길어지면서 푹신해졌고, 악명 높던 엄청난 타구속도가 둔화되면서 내야수들이 수비하기가 확실히 편해졌다는 게 키움 선수들과 홍원기 감독 얘기다. 실제 올 시즌 키움의 실책은 단 4개다. 최근 수년간 최다실책 1~3위였으나 올해는 실책 최소 1위다. 실책이 적은 건 수비할 때 상대에 쓸데없는 추가진루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점 확률을 떨어뜨린다. 투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그렇게 파죽의 7연승을 내달렸다. 물론 홍원기 감독은 7연승이 시작되기 전과 후의 표정과 코맨트가 똑같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실제 객관적 전력이 여전히 중위권 이상을 노리기에 약한 게 사실이다. 지금의 3위가 촌X마라톤인지 진짜 실력인지는, 4월 한달 정도는 지나봐야 확인 가능할 전망이다. 구단 내부에선 최악의 출발을 면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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