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락 도입하면 뭐 하나'...'15구 던지며 6번 피치클락 위반'한 투수...하지만 선수만 탓할 순 없다 [유진형의 현장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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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클락' 내년부터 정식 도입...'올 시즌 일부 투수들 지킬 생각은 있는 건가?' 라는 의문, 알고 보면 이유 있는 위반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시대 흐름에 맞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올 시즌부터 피치클락(pitch clock) 규정을 도입했다. 시범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피치클락을 후반기부터 시행하려 했지만, 다수의 감독과 선수가 바뀐 규정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내년 시즌부터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그래서 올 시즌은 피치클락을 시범 운영하며 위반시 구두 경고를 주고 있다.

피치클락은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투구 혹은 타격 준비 과정에 시간적 제한을 둔 규칙이다.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23초 이내에, 주자가 없을 때 18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하며 타석 간 시간제한은 30초다. 타자는 8초 전에 타격 준비를 완료하며, 포수는 9초 전에 포수석에 앉아 공을 받을 준비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일부 선수들은 피치클락 규정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8회초 구원등판한 조상우가 역투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8회초 구원등판한 조상우가 역투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키움 조상우, 김재현 배터리는 15구를 던지는 동안 6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하며 무실점으로 막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키움 조상우, 김재현 배터리는 15구를 던지는 동안 6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하며 무실점으로 막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지난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그랬다. 8회초 3-3 동점 상황, 키움은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조상우는 선두타자 임종찬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후속 타자를 상대할 때부터 피치클락 위반을 하기 시작했다. 이도윤을 상대로 4구를 던지는 동안 두 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정은원을 상대로 4구를 던지는 동안 한 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했다. 그리고 문현빈을 상대로 7구를 던지는 동안 세 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추가했다.

키움 조상우, 김재현 배터리는 세 타자를 상대로 15구를 던지며 총 6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한 것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규정을 잘 지켰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사실상 피치클락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의미다.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신중히 사인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끌었고 결과적으로 무사 2루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한화 김민우가 시범경기에서 피치클락을 지키며 투구하고 있다 / 대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한화 김민우가 시범경기에서 피치클락을 지키며 투구하고 있다 / 대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지난 3월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에서 LAD 오타니가 피치클락을 지키며 타격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지난 3월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에서 LAD 오타니가 피치클락을 지키며 타격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ialy.co.kr

그런데 피치클락 위반은 지키지 못한 선수만 탓할 수는 없다. 지난해부터 피치클락을 시행한 메이저리그(MLB)는 피치컴(PitchCom)을 사용하고 있다. 피치컴은 사인 교환 시스템으로 포수가 손목에 장착한 전자 장비로 구종을 선택하면 관련 정보가 투수와 야수들이 쓰는 모자 안에 부착한 소형 송신기를 통해 전달된다. 즉, 사인교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비다. 메이저리그도 피치컴이 있었기에 피치클락 규정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하지만 아직 KBO리그는 피치컴이 도입되지 않았다. 주자가 없을 땐 피치컴 유무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투수가 빠른 템포로 던지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투수와 포수가 주자가 있을 때 얼마나 빨리 작전을 전달하고 공을 던지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투수가 포수의 사인을 거절한다면 피치클락 위반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KBO는 피치컴 도입에 대해 "현재 전파 사용 인증을 준비 중이다.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각 구단에 제공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도입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주자가 나가자 15구를 던지며 6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한 키움 조상우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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