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전은 AB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단 1개의 공 때문에 사실상 승패가 뒤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KBO는 ABS가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한 공을 구심에게 볼로 전달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했다.
경기를 관장한 문승훈 구심이 ABS의 스트라이크 콜을 제대로 못 듣고 볼을 선언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이 부분과 별개로, 이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에 고스란히 나간 이민호 1루심이자 심판조장, 문승원 구심 등이 나눈 얘기가 매우 충격적이다.
이민호 1루심은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 버린거잖아”라고 했다. KBO에 따르면 구심이 ABS 콜을 제대로 못 들을 때 대응 매뉴얼이 있다. 정황상 이걸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듯하다.
현재 야구 팬들의 분노와 충격을 부른 이민호 1루심의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 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
문승훈 구심이 ABS 콜을 제대로 못 들었는데 ABS 시스템의 오류로 덮어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한 코멘트다. 판정 조작을 의심받는 이유다. KBO는 NC의 사과 및 재발방지 요구를 받은 것과 별개로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KBO가 이번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 공정성, 중립성이 생명인 심판들이 조작 및 은폐를 시도하려고 했다면 심판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한국사회가 지난날 공정성, 투명성에 얼마나 무감각했나. 이젠 팬들이 용서하지 않는 시대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란 말도 사문화돼 가고 있다. KBO는 거의 매년 반복되는 스트라이크, 볼 관련 판정 논란에 리그 구성원들의 신뢰가 흔들리자 ABS를 도입한 측면도 있다. 오심 자체를 줄여야 하고, AI와 기계의 도움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오심보다 더 나쁜 게 조작 혹은 거짓말이다. 특히 사회를 이끌어가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절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거짓말이 모이고 모여 조직과 사회의 신뢰의 근간이 흔들리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14일 대구 삼성-NC전 심판진은 중징계를 넘어 그 이상의 페널티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백 번 양보해서 이미 경기를 진행했기 때문에 해당 공에 대한 판정을 뒤집을 수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NC 강인권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와 항의할 때 심판진이 그냥 “강인권 감독, 미안합니다. (ABS 콜을)제대로 못 들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사과 한 마디만 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강인권 감독과 NC가 뭐라고 할까. 알겠다고 돌아서고 마무리될 일이었다. 그러면 심판진은 오심에 대한 제재 혹은 징계만 받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실수를 조직적으로 덮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들은 더욱 큰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다시 말하지만 책임 있는 사회, 조직 구성원은 조작,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현대조직론에서 리더의 기본적인 덕목이기도 하다. 잘못을 했으면 있는 그대로 용서를 비는 게 바람직한 태도다. 그리고 야구인들은, 적어도 신성한 야구 그 본질에 대해선 순수해야 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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