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LG 트윈스 오지환이 주장직을 내려놓은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오지환은 지난 12일 염경엽 감독을 찾아가 주장 교체를 요청했고, 염 감독은 이를 수용했다.
오지환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 동안 LG 주장을 맡았다. 지난해엔 29년만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오지환은 '우승 캡틴'이 됐다.
올해로 3년 연속 주장으로 시즌을 맞이했는데 개막 후 18경기 만에 자리를 내놓게 됐다.
새 주장은 김현수가 맡는다. 2019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주장을 맡았던 김현수는 3년 만에 다시 주장 완장을 찼다.
오지환은 구단을 통해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다고 계속 생각했다"며 "주장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야구에 집중하고자 주장직을 내려놓고 싶다고 요청을 드렸고, 염경엽 감독님도 수용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부담감이 컸다. 오지환은 14일 경기까지 20경기 타율 0.221 4타점 OPS 0.571에 그치고 있다. 특히 14일 경기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오지환으로부터 주장직을 내려놓기까지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14일 경기 전 만난 오지환은 "내가 야구 못 한게 한 두 번 못 한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주장으로서 부정적인 감정을 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너무나 싫었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줘야 하는데..."라면서 "이런 것들이 심적으로 오면서 사람들에 대한 시선에 뭔가 숨이 턱 막히더라. 이래가지고는 너무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주장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최근 견제사, 주루사 등 팀에 찬물을 끼얹은 부분에 대해 크게 자책 중이었다.
오지환은 "제 스스로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감독님께서는 사인을 냈다고 하시면서 도와주시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것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고참이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야구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이제 야구를 어느 정도 알게 되면서 더 쉽게 넘어가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미 시즌 초반, 개막하자마자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오지환은 "사실 이렇게 시합을 뛰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염경엽 감독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오지환은 "감독님께서 '참고 견뎌봐라'라고 말씀하셨다. 여러 번 말리셨지만 제 입장을 많이 고려해주셨다. 일단은 '네가 살아야 하니깐 알겠다'고 해주셨다. 선수 입장을 잘 이해해 주신다"고 말했다.
마음을 먹은 뒤엔 김현수, 수석코치에 이어 염경엽 감독까지 차례대로 이야기를 했다.
오지환은 "현수 형에게 가장 먼저 말씀드렸다. 사실 선배들께는 감독님께 가기 전에 먼저 말씀을 드렸다. 현수 선배는 얘기하면서 좀 이겨내 보라고 하셨다. 선수들도 다들 그렇게 얘기해줬다"면서 "일단 현수 형이 우리 선수들을 잘 안다. 그래서 현수형에게 진짜 죄송하고, 또 모든 선배들한테도 죄송한 마음이다. 내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죄송하고, 또 현수 형이 맡아서 해준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많이 미안하다. 나도 선수로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하니까 그렇게 판단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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