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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4월 하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더블A 수준에 불과한 것일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더블A 샌안토니오 미션스에 속한 고우석이 또 무너졌다.
고우석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의 와타버거 필드에서 열린 2024 마이너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 코퍼스 크리스티 훅스와 맞대결에서 1이닝 동안 투구수 21구, 3피안타 1볼넷 2실점(2자책)으로 또다시 무너졌다.
지난해 겨울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신분조회 요청을 받으면서 내친김에 메이저리그 입성에 도전한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약 60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제외하면 아직까지도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의 흐름이라면 올해 빅리그 마운드에 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선수들 중 가장 늦게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 일정까지 소화한 탓에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이 조금 더 편한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에 고우석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두 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등 무실점 투구를 펼쳤고, 이후 시애틀 매리너스와 신새내티 레즈를 상대로도 완벽하진 않지만, 세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런데 여기서 최악의 투구가 나왔다.
지난달 11일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 고우석은 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으로 허덕였고, 그 결과 5실점(5자책)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남겼다. 이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처음 '퍼펙트' 투구를 펼치면서 '서울시리즈' 참가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이번에는 '친정' LG 트윈스를 상대로도 고전했다. 결과는 1이닝 2실점(2자책). 세이브를 수확했지만,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LG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 응한 마이크 쉴트 감독은 고우석의 개막전 엔트리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고우석은 지난달 20일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샌디에이고는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는 트리플A보다는 고우석이 더블A에서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이 배려가 지금은 고우석의 퍼포먼스에 전혀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고우석은 지난 6일 처음 더블A에서 등판기회를 가졌다. 당시 고우석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더블A 팀과 맞대결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는데, 두 번째 등판에서 애리조나 더블A를 상대로 1이닝 4피안타 2실점(2자책)로 무너졌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고우석은 지난 12일 캔자스시티 로얄스 더블A 경기에서는 멀티이닝의 임무가 부여됐는데, 2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허덕이면서 시즌 첫 패배를 떠안았다. 이후 고우석은 네 번째 등판에서 세이브를 수확하면서 안정을 찾는 듯했는데, 오히려 무실점의 투구가 반짝이었다.
고우석은 지난 19일 휴스턴 더블A를 상대로 다시 한번 멀티이닝을 소화한 결과 2이닝 2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다시 한번 아쉬움을 남겼다. 1-0로 근소한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22일 또다시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고우석은 1-0으로 근소한 리드 속에서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시작부터 선두타자 로날도 에스피노자에게 2루타를 맞으며 이닝을 출발하더니, 후속타자 제레미 아로초에게도 안타를 맞은 뒤 도루까지 허용하면서 2, 3루 위기를 자초했다.
고우석은 2, 3루에서 퀸시 해밀턴을 상대로 땅볼을 유도, 한 점과 아웃카운트 한 개를 맞바꿨다. 그리고 고우석은 리드까지 빼앗겼다. 고우석은 이어지는 위기에서 케네디 코로나에게 역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2실점째를 기록했다. 이닝을 매듭짓는 과정 역시 깔끔하지 못했다. 고우석은 코로나에게도 도루를 허용한데 이어 후속타자 미겔 팔마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 2루 위기를 만든 후에야 콜린 바버를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힘겹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고우석이 리드를 빼앗긴 후 샌안토니오는 9회초 공격에서 동점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고우석은 시즌 두 번째 패전 투수가 됐다. 올 시즌 6경기에서 8이닝 동안 7실점(6자책)으로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라는 성적을 고려하면 고우석이 타고투저의 트리플A가 아닌 더블A에 배치된 이유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아직도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고우석의 수준이 더블A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블A는 각 구단에서 애지중지하는 유망주들이 총집합해 있는 리그로 결코 만만히 볼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계와 레벨이 있는 만큼 빅리그 레벨과 인접한 트리플A보다는 떨어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더블A에서도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 올해 빅리그 마운드에 선 고우석의 모습은 시범경기로 끝날 수도 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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