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세이브하면 허탈하고 초라해” KIA 최연소 100SV 클로저 솔직고백…야구도 인생도 ‘쉽지 않아’[MD고척]

정해영/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정해영/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허탈하고, 초라하죠.”

마무리투수는 참 어렵다. 박빙 승부서 리드를 지키면서 경기를 잘 끝내면 짜릿한 기분으로 포수, 내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심지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하는 세이브라도 하면 구단의 우승 기념액자 주인공이 된다. 그 정도로 매력적인 보직이다.

정해영/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정해영/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불펜투수가 선발투수보다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도 덜 받고, 연봉의 평균을 내도 적은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보다 불펜투수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적어도 꾸준한 성적을 낸 클로저라면 FA 시장에서 꽤 대접을 받는다.

그래도 클로저만의 고충은 여전하다. 물론 1이닝만 던지면 된다고 하지만, 자신의 뒤를 책임질 투수가 없다는 그 부담이 셋업맨과는 또 다르다. 자신이 무너지면 팀의 패배로 이어지니, 선발투수와는 차원이 다른 부담감이 있는 셈이다.

KIA 타이거즈 우완 정해영(23)은 그런 압박과 늘 싸우는 클로저다. 그는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KBO리그 역대 가장 적은 나이로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230경기, 22세8개월1일만에 통산 세 자릿수 세이브 돌파. 프로 세계에 나이는 아무런 의미 없지만, 5년차 투수에게 마무리의 압박감은 어쩌면 가혹할 수 있다.

알고 보면 리그에 정해영과 비슷한 연차의 젊은 투수들 중 정해영처럼 클로저로 롱런하는 선수가 단 1명도 없다. 그래서 정해영의 가치가 높다. 100세이브를 한 김에,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는 마무리의 고충을 두고 “블론세이브를 하면 허탈하다. 동점이 되면 나 자신이 초라해진다”라고 했다.

마무리에게 가장 굴욕적인 순간은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강판되는 것이다. 정해영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극복하고 또 극복해서 최연소 100세이브에 이르렀다. 현재 KBO리그에서 정해영보다 많은 세이브를 쌓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투수는 없다. 이젠 KIA의 자존심과도 같다.

여기에 정해영은 빠른 공을 갖고 있지 않은 투수는 마무리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과도 싸운다. 사실 지난 겨울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서 약 1개월간 훈련하면서 투구밸런스를 재정립, 올 시즌 구속이 많이 빨라졌다.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100세이브를 따낼 때도 PTS 기준 패스트볼 최고 148km까지 나왔다. 구속보다 회전수, 좋은 수직무브먼트로 승부하는 정해영에겐 고무적인 수치. 타자들이 체감하는 정해영은 150km 파이어볼러다.

정해영은 “마무리는 구속이 빨라야 한다고 하지 않나. 구속이 안 나오면 안타나 홈런을 맞을 확률이 높다고 해서 신경을 많이 쓴다. 잘 안 돼서 힘들었던 적도 있다. 그래도 올해는 비 시즌에 준비를 잘 해서 순조로운 출발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12경기서 1승1패10세이브 평균자책점 2.25. KIA의 막강한 전력과 함께 생애 첫 세이브왕에 도전한다. 올라간 구속만큼 고무적인 건 클로저로서 정해영의 아주 좋은 성격이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묻자 “성격상 깊게 뭔가에 빠지지 않는다. 그냥 잠을 잔다”라고 했다. 블론세이브를 하거나 투구내용이 안 좋아도 빨리 잊는다는 얘기다.

정해영/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정해영/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정해영은 이미 성공한 클로저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야구와 인생은 원래 그렇다. 아무리 봐도 앞으로도 대성할 일만 남은 것 같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