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마흔, 가장 큰 걱정은 빚

마흔, 빚 걱정없이 살고 싶다 |저자: 심효섭 |비즈니스북스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도도서가=북에디터 정선영] 초등학교 고학년쯤인가, 주위에 용돈을 받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아이들의 입성만큼이나 저마다 용돈 액수가 달랐다. 당시 나도 엄마를 졸라 용돈을 받았다. 300원일 때도 있고 500원일 때도 있었다. 어쩌다 한 번이었지만 그 돈으로 과자를 사 먹거나 예쁜 연필을 샀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엄마 가계부에서 빼곡히 적힌 지출 항목 중 ‘선영 용돈 500원’이라는 글자를 발견했다. 아, 내 수입이 엄마에게는 수입이 아니구나. 내 수입은 엄마의 지출이 되는구나. 그날 나는 뭔가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군가의 지출은 누군가의 수입이 된다. 특히나 책이라는 물성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내 경우는 이 사실이 더 잘 와닿는다. 또한 대부분 자영업자가 그러하듯 나 역시 수입이 불규칙하다. 그럼에도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수입은 적고 지출은 많은 상황이 몇 달씩 계속된다면? 필연적으로 빚을 져야 한다. 단순히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 때문이 아니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빚을 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현재 2천 조에 육박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4%로 잠정 집계됐다. 이런 수치가 말해주듯 빚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책 <마흔, 빚 걱정없이 살고 싶다>는 ‘죽도록 일해도 빚만 늘어가는 3040을 위한 부채 탈출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40대는 수입이 최고치를 향해 달려갈 때이기 때문에 이때 빠른 상황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듯이 40대라는 나이는 갈림길에 서 있다. 카드나 마이너스 통장 같은 빚이 조금 있어도 30대까지야 아직 젊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40대는 그렇지 않다. 실직이라도 한다면 재취업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일단 나부터 돌아보자. 20여 년 전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때와 비교하면 알게 모르게 씀씀이가 커져 있다. 그 흔한 명품 가방 하나 없고 딱히 과소비를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이다. 갈수록 경조사비 나갈 데도 많아지고 집안에 큰돈 들어갈 일도 불쑥불쑥 생겨난다. 저축은 고사하고 생활을 위해서는 미래의 돈을 당겨와 쓰는 수밖에 없다. 카드나 마이너스 통장. 이렇게 빚은 생기고 늘어난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바로 ‘빚 갚기 모드에 올인하라’이다. 50대가 되면 의료비 등이 증가하여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빚을 해결하는 첫걸음으로 부채현황표를 꼼꼼하게 만들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현금흐름을 예측해 빚을 더 늘리지 않을 수 있다. 그다음으로 빚지기 좋은 습관과 체질부터 개선하라고 조언한다. 생활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역시나 부식비다. 저자는 외식비를 줄이고 대형마트를 끊으라고 한다.

나 역시 월 지출에 가장 많은 부분을 배달 음식을 비롯한 외식비가 차지한다. 매달 카드 명세서를 보면 이 부분이 정말 만만치 않다. 쓸 때는 그깟 몇만 원이라고 하지만 모이면 30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형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싸다는 이유로 사서 쟁여둔다. 그러다 소비기한이 지나 버리는 물건도 생긴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버리는 돈도 만만치 않다. 통신비 다이어트도 저자가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다. 매달 나가는 돈을 조금씩만 줄여도 1년이면 적지 않은 액수가 모인다.

개인 부채 해결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은 훌륭한 조언이 되어준다. 40대는 빚을 줄일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속 빈 강정으로 100세 시대를 맞이했을 때 결과는 빤하다. 혹여 빚에 대한 경계심이 좀 느슨해졌다면 지금 다시 고삐를 죄어야 한다. 이 책은 따끔한 채찍이다.

|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북에디터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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