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집안싸움에 계속해서 언급되는 '다른 집'이 있다. 민 대표의 전 직장이자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본사로부터 독립하려 한다고 보고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과정에서 하이브는 어도어 부대표가 지난달 작성한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총 소집을 요구했으며, 민 대표에는 사임 요구 서한을 발송했다.
그러나 민 대표 측은 하이브의 또 다른 자회사 빌리프랩 소속 아이돌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운데 하이브가 감사 과정에서 찾아낸 또 다른 문건에 민 대표가 "방시혁 의장이 나를 베껴서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민 대표가 최근 하이브 내부 면담 자리에서 "아일릿도 뉴진스를 베끼고, 투어스도 뉴진스를 베꼈고,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말한 것이 전해지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빅히트뮤직 소속이며, 투어스 역시 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단 한 그룹, 지난해 데뷔한 라이즈만이 타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집안싸움에 '뉴진스를 베꼈다'며 이름이 언급된 것이다.
더욱이 라이즈는 6월 앨범 발매에 앞서 수록곡을 순차 발표 중이다. 지난 3일 퍼포먼스 싱글 '사이렌(Siren)', 18일에는 프롤로그 싱글 '임파서블(Impossible)'이 발매됐으며 29일에는 '나인 데이즈(9 Days)', '어니스틀리(Honestly)', '원 키스(One Kiss)' 등 또 다른 3곡을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컴백을 앞두고 박차를 가하는 와중에 불똥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집안싸움이 격화되면서 SM엔터테인먼트는 또 한 번 언급됐다. 민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콘퍼런스센터에서 어도어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이날 하이브는 민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상황이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경영권 침탈 및 배임 혐의에 반박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논란이 된 방탄소년단 모방 발언에 대해 "나를 베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해당 발언을 부인하기도 했다. 또한 뉴진스 데뷔를 준비하며 방 의장과 갈등을 겪었음을 토로하며, 당시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22년 12월 2일 방 의장이 민 대표에게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고 보낸 메시지가 공개됐다. 민 대표가 '하하하'라고 답하자 방 의장 역시 '하하하'라고 답했고, '잘 부탁드린다'라는 이모티콘을 보낸 뒤 '언제 술 한잔 할까요?'라며 묻는 대화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 민 대표는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한테 뉴진스 만들면서 느닷없이 12월 2일에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 했다. 나는 에스파가 목표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누구를 이렇게 밟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어이가 없어서 '하하하'라고 한 것"이라며 "나랑 시혁 님은 결이 안 맞는 거다. 처음에 나한테 '성덕' 이럴 때는 진짜 부처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에스파는 오는 5월 13일 첫 정규앨범 '아마겟돈(Armageddon)'을 발매하고 컴백할 예정이다. 이번 앨범은 에스파가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규앨범이다. 리얼 월드와 디지털 세계를 넘어 다중 우주로 확장되는 에스파 세계관 시즌 2의 서사까지 담아, 에스파만의 콘셉트와 정체성을 총집합한 웰메이드 작품의 탄생을 예고했다. 에스파 역시 컴백을 앞두고 좋지 않은 이슈에 좋지 않은 발언으로 언급된 것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한편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내놓은 공식입장을 통해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해 고발장도 제출했다. 혐의는 업무상 배임이다.
민 대표 역시 2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차 입장을 밝혔다. 민 대표는 "속된 말로 '한 사람을 담그려고 하면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진짜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를 배웠다"며 "당연히 (경영권 탈취를 위해) 무엇도 시도한 것은 없다"고 다시 한번 반박에 나섰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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