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0.65→1.08' 아쉬움 짙었던 피홈런…하지만 'KKKKKKKK' 이마나가 7이닝 2실점→ML 역대 3위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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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현시점에서 올 시즌 '최고의 영입'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가 7이닝 8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그런데 8회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투런홈런을 맞으면서 패전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타선의 도움 속에서 노 디시전을 기록하게 됐고, 이날 투구로 현재 성적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마나가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5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2015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지명을 받은 뒤 통산 8시즌 동안 165경기(13완투 7완봉)에 등판해 한차례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등 64승 50패 평균자책점 3.18의 훌륭한 성적을 남긴 것은 물론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 출중한 실력을 뽐낸 이마나가는 2023시즌이 종료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의 '좌완 에이스'로 불렸던 이마나가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의 영입전에서 패배한 팀들로부터 관심을 받았고, 시카고 컵스와 4년 보장 5300만 달러(약 723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2025시즌 또는 2026시즌이 종료된 후 구단이 옵션을 발동할 경우 4+1년 최대 8000만 달러(약 1091억원)까지 규모가 커지는 계약. 하지만 총액만 놓고 본다면 1억 달러(약 1364억원)도 넘지 못하는 등 '특급'으로 평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약 규모와 퍼포먼스는 비례하지 않았다.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게티이미지코리아

이마나가는 데뷔 첫 등판에서 압권의 투구를 선보이며 야마모토 쪽으로 쏠렸던 시선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마나가는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등판해 4승 평균자책점 0.98로 활약하며 '이달의 신인'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고, 지난 2일 뉴욕 메츠와 맞대결에서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빅리그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경기 종료 시점에서 이마나가는 메이저리그 다승 1위(5승)와 평균자책점 1위(0.78)를 질주했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인 기록까지 탄생했다.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1913년 이후 오프너 등판을 제외한 데뷔 후 6번의 선발 등판에서 0.80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ERA 0.33), 1945년 데이브 페리스(0.50), 1913년 밥 쇼키(0.75) 밖에 없었는데, 이마나가 네 번째로 이름을 남겼다. 게다가 컵스 구단만 기준으로 본다면, 개막전부터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0 이하를 기록했던 투수로는 역대 2번째, 선발 등판만 놓고 본다면 역대 최초였다.

이마나가의 가장 큰 장점은 패스트볼이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마나가의 직구 스핀 효율은 무려 99%, 평균 RPM 2424의 높은 회전수의 직구를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자주 찔러넣으며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언젠간 이러한 좋은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 어떠한 타자들도 이마나가를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이 좋은 흐름이 또 이어졌다. 샌디에이고 타선이 그야말로 추풍낙엽으로 쓰러졌다.

이마나가는 1회 선두타자 주릭슨 프로파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기분 좋게 경기를 출발했다. 이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제구에 애를 먹는 듯했으나,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매니 마차도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에는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뜬공으로 만들어냈고, 3회 카일 히가시오카-프로파-타티스 주니어로 이어지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요리하며 순항했다.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게티이미지코리아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게티이미지코리아

4회 투구는 압권이었다. 이마나가는 선두타자 크로넨워스를 상대로 스플리터를 던져 삼진을 뽑아낸 뒤 후속타자 마차도까지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잰더 보가츠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5회에는 도노반 솔라노를 좌익수 뜬공, 김하성에게는 직구로 파울팁 삼진을 뽑았다. 이후 호세 아소카에게 이날 두 번째 안타를 맞았으나, 히가시오카를 스플리터로 삼진 처리하며 1점의 근소한 리드 속에서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가장 큰 위기도 잘 넘겼다. 6회초에도 모습을 드러낸 이마나가는 타티스 주니어에게 안타를 맞은 뒤 크로넨워스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허용하면서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후 마차도를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는 듯했는데, 포수와 1루수의 콜플레이 미스가 나오면서 그 누구도 공을 잡아내지 못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하지만 이마나가는 침착하게 마차도를 삼진 처리한 뒤 잰더 보가츠를 상대로도 삼진을 뽑아냈다. 위기를 벗어난 이마나가는 마운드에서 포효하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이마나가는 7회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노렸고, 솔라노를 3루수 땅볼, 김하성을 좌익수 뜬공, 아소카를 실책으로 내보낸 후 런오버 협살로 잡아내며 마침내 7이닝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7회 종료 시점에서 이마나가의 투구수는 95구, 그런데 8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컵스 벤치의 이같은 선택은 최악이었다. 이마나가는 선두타자 루이스 아라에즈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주릭슨 프로파에게 '주무기' 스플리터를 공략당해 역전 투런홈런을 맞았고, 결국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래도 충분히 훌륭한 투구였다. 이마나가는 8회 등판 전까지 0.65까지 낮아졌던 평균자책점이 피홈런 이후 1.08까지 치솟았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자리는 굳건하게 지켜냈고, 이는 1912년 이후 첫 7경기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 필 더글라스(1918년, ERA 0.79), 딕 엘스워스(1963년, 0.91)에 이어 역대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8회말 공격에서 컵스 타선이 동점을 만들어내면서, 이마나가는 패전 위기 속에서 노 디시전으로 경기를 마치게 됐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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